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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최악의 블랙 아이스(Black Ice)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고속도로 교량 인근 상·하행 차선에서 차례로 블랙 아이스에 미끄러진 차량 50여대의 연쇄추돌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로는 2011년 12월 24일 발생한 논산천안고속도로 104중 추돌사고가 규모는 컸지만 사망자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최악의 블랙 아이스 참사다.

블랙 아이스는 눈, 비, 습기가 도로 면에 얼음막으로 코팅된 현상이다. 투명한 얼음막으로 인해 육안으로는 정상적인 도로와 구별이 힘들다. 산기슭 그늘, 교량 상부, 터널 진출입로 등 도로 구조와 지형에 따라 영상의 기온에도 형성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두터운 빙판길이나 눈길 보다 훨씬 위험하다. 눈길보다 6배나 더 미끄럽고 제동거리는 최대 9배까지 길어져 블랙 아이스에서 미끄러지면 속수무책이다. '도로 위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은 허언이 아니다.

차량의 안전 장치가 작동불능에 빠지고 운전자의 의지가 무력해지는 도로 위 블랙 아이스 현상에서 위태로운 현 시국을 연상하면 무리일까. 지금 대한민국이 도처에 잠복된 블랙 아이스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는 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 한반도 평화 외교는 북·미간의 날 선 신경전으로 위태롭다.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문 대통령의 평화의지를 무시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북을 향한 애정과 인내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을 기미가 없다. 최저임금, 주5일 근무제 과속으로 소득주도성장 경제는 비틀거린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 트랙에 태운 선거법, 공수처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누더기 선거법은 통과되든 안되든 과속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초보 권력의 맹목적 질주로 망가졌다. 오만한 정권과 무능한 야당이 곳곳에 깔아 놓은 블랙 아이스 위에서 안보, 외교, 경제, 정치가 한꺼번에 추돌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대한민국 운전대를 잡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블랙 아이스 방어운전 태세로 전환하길 바란다. 속도를 확 늦추고 도로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앞 뒤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만일의 사태에도 안전하게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