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 꿈 '전원의 단독주택'
부모 부양·자녀 뒷바라지 '이중고'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까워
전재산인 부동산 처분문제도 난관
사회적고립 피할 이웃과관계 중요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야~야~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살 거야. 늙으면 요양원 가면 돼! 내 걱정하지들 말고, 니들이나 잘 살아~." 홀로 되신 부모님 거처 문제로 함께 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대개가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이렇게 부모의 노년을 경험한 자녀(베이비붐)세대는 노후주거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의 꿈 '전원의 단독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주거이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4) 전체의 82.9%가 주거이전 의사가 있다고 답을 했다. 그 이유는 안락한 노후생활(49.8%)과 경제적 부담(20.2%)이 가장 컸으며, 원하는 주택유형은 전원주택이 압도적(42.9%) 이었다.

경쟁에 지친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의 전원에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 텃밭도 가꾸며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의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의 부양은 물론 아직까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 사이에서 스스로의 노후준비를 챙기지 못한 이들은 나이 들어서도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보유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인 베이비붐 세대가 절대자산인 '집'을 처분하고 이전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집,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여전히 집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자산 관점에 머물러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없는 잘못된 질문이다. 노후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주거를 원한다면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이제는 정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주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이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하여야 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가?' 주거공간과 지역에 대한 질문이다. 승강기, 낙상예방, 화재예방, 범죄예방 및 안전문제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교통 및 편의시설, 여가문화, 사회복지 시설 등의 지역 인프라가 잘 마련된 지역이면 더욱 좋다. '주거비 절감이 가능한가?' 주거이전이 주거안정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이 절대 자산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거이전은 바로 경제적인 잉여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집이 성공과 부를 표현하는 과시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필요에 딱 맞는 실용적인 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집이 필요하다. 주택의 하자보수 및 운영유지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품질과 단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가까이에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는가?' 이 질문이 가장 핵심이고 중요하다. 고령사회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고립이다. 지금처럼 집 가까이에 오갈 수 있는 이웃 하나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웃이다.

지금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노후주거의 본질이다.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나의 사생활과 커뮤니티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집은 돈이 아니라 공간과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올바른 주거이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 동의한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문제는 시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와 같이 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장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시간이 갈수록 주거이전의 여건은 복잡해질 것이고 비용은 비싸질 것이고 만족도는 떨어질 것이다. 내가 아무리 외면하고 거부해도 노년은 도둑같이 찾아온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