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역사 선로좌우측 1번씩 왕복
걸어서 '수도권 전철 1호선' 탐방
보이는 실체 나만의 감각 담아내
전시장 중앙 'LED 빛' 받는 형태
2016년이어 6개작품 인천서 선봬
노기훈의 작품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다.
넓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이야기는 단순하게 합일되지 않는다. '1호선(Line 1)'과 '구미(Gumi)' 연작은 어떤 지역의 모습을 다룬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전체는 개개인들의 조합이고, 노기훈은 그 많은 개개인들을 함부로 일반화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간다.
이러한 이유로 노기훈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어떤 큰 주제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스민다.
-네이버. 헬로! 아티스트 '노기훈-보편적이고 특수한 서사' 중에서
제8회 한국 사진가 지원 프로그램(KT&G 주최)에서 올해의 사진작가로 선발된 노기훈은 2016년 3월 서울 마포구의 KT&G상상마당 갤러리에서 '1호선'전을 개최했다.
당시 사진전에 출품된 26점을 통해 작가는 "자칫 감상적이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풍경을 무덤덤하게 담아냄으로써, 사진 예술의 다큐멘터리적 성향을 담담하게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활동했던 노기훈 작가는 2013년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였던 경인선에 놓인 수도권 전철 1호선을 타고 인천과 서울을 꾸준히 오갔다.
이내 전철이 아닌 두 발로 인천역에서 노량진까지 26개 역을 걸으며 인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들을 사진에 담았다. 인천에서 노량진 방면으로 선로의 좌측과 우측을 각 1차례씩 왕복했다.
그 결과물들이 3년 전 서울에서 선보였으며, 18일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도 선을 보인다.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인천도시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의 열 번째(마지막) 전시로 기획됐다.
전시회 준비 중인 노 작가를 만나기 위해 지난 15일 역사관 소암홀을 찾았다. 여섯 작품이 출품됐으며, 작품들은 벽에 전시된 것이 아닌 LED 빛을 후면에서 받는 형태로 전시장 가운데 부분에 설치됐다.
노 작가는 "빛을 쏘아줄 전선만 연결하면 전시 준비는 마무리된다"면서 "전시 공간의 규모와 성격에 맞게 배치하다 보니 소량의 작품을 공간 중앙 쪽에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소 작은 규모의 전시 공간과 공간 중앙에 있는 원통 기둥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작가의 방' 형태로 구성했다"면서 "여건 상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와 인천에서 한 작업들을 소개하고, 향후 작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바람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1호선을 2차례(왕복) 걸으면서 담아낸 사진들을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저는 1호선이 지나는 역을 걸으면서 보게 되는 것들, 만나게 되는 것들에서 나름의 정서를 전달할 수 있기를 원했어요. 사진으로 어떤 지역의 기록이나 사실과 같은 정보 전달로서의 이미지만을 제시하려는 것은 부질 없다고 생각하고요. 어디서나 CCTV와 인공위성이 지켜보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아예 지역이라는 '허황된' 실체를 재현해 내려는 욕망을 접고, 저만의 감각으로 그 상징을 포섭하려는 편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