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中유입·국내배출 상호작용
배출가스 5등급車 운행 제한·공공2부제 등
정부, '계절관리제' 도입… 12~3월까지 운영
국민·기업, 생활습관 변화·참여 의식 중요

최종원 한강유역환경청장
최종원 한강유역환경청장
해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넘기고 나면 겨울준비가 시작된다. 이삼십 년 전에는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고, 연탄 나르기로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지역난방이나 기름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이러한 모습은 옛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장이나 난방 대신, 다른 걱정이 생겼다.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난방이나 자동차가 미세먼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가져다주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겨울과 봄에 주로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총 19회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었는데, 이중 18번이 겨울과 봄(12월부터 3월)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2019년 3월의 사례를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국내에서 발생된 미세먼지까지 함께 누적되어 최고 농도에 이른 후 대기 정체가 풀린 후에야 해소되었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2013년부터 한·중·일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한 LTP(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 보고서가 지난 11월 처음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의 국내 기여율은 연평균 51%이고, 중국에 의해 32%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기상상태에 따라 중국의 영향은 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한·중 정부 고위급 회의를 통해 중국의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독려하고, 동북아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저감 신기술 보급과 정보·기술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의 배출 저감만으로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외부 유입과 국내 배출의 상호 작용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즉 국내 미세먼지 배출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미세먼지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정부부처 합동으로 지난 11월 1일에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특별대책의 핵심은 '계절관리제'를 도입한 것이다. 과거에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후 여러 대책을 추진해왔는데, 미세먼지가 빈번한 12월부터 3월까지 다양한 대책을 미리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미국, 이탈리아 등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계절관리 대책에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공공부문 2부제, 기업의 불법 배출 집중단속, 석탄발전 감축 운영 등 배출감축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가 계절관리제를 통해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이다.

다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미세먼지 관리에 한계가 있다. 국민적 참여와 행동 변화가 함께 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먼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20℃) 유지, 친환경 운전습관 등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활습관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 중요하다. 이미 많은 국민이 친환경기업과 착한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의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노력해서, 일 년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종원 한강유역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