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지 불구 R&D활동 전혀안해
클러스터조성 여건 안돼 수요 전무
벤처기업 필요 면적 협소한점 간과
11공구 연구개발 기능 유치하려면
판교처럼 중고층에 여유공간 임대


경제전망대-허동훈10
허동훈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도국제도시 2공구에 인천테크노파크 1차 산업기술단지가 있다. 이 단지 일부인 4만7천평 정도의 기업용지에 30여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이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기 전인 2001년에 조성 원가의 70%인 49만8천원에 부지를 분양받았다. 이곳은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R&D단지이기 때문에 주로 남동산단에 있던 기업이 연구소를 짓는다는 명분으로 입주했다. 모두 저층 건물로 지었고 대다수 기업이 사무실과 창고로 활용했을 뿐 R&D 활동은 미미했다. 몰래 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었다. 꾸준히 제조업 허용을 요구해서 현재는 도시형 공장이 가능하다.

중소기업 연구단지 조성이 목표였는데 이곳을 연구개발이 활발한 곳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지 일부에 저층으로 지었기 때문에 일자리도 별로 없다. 사실상 실패한 셈인데 이 때문인지 향후 송도에 중소 R&D 기업을 유치했을 때 파급 효과가 미미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차 산업기술단지가 실패한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기업용지 분양 당시 송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중소기업 연구소 겸 사무실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곳이 지식산업센터다. 지금은 수많은 지식산업센터가 운집해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가 최초로 들어선 때는 1999년이다. 송도 1차 산업기술단지 기업용지를 분양할 때 송도는 빌딩을 지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R&D 클러스터를 조성할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즉 수요가 없었다.

실패한 두 번째 원인은 개별 중소기업이 R&D를 하려 해도 필요한 공간은 아주 작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벤처기업이 주로 찾는 지식산업센터는 평균 분양면적이 20평대에 불과하다. 커봐야 수십 평이다. 부지가 좁으면 제대로 된 건물을 짓기 어려우므로 기업에 20~30평씩 땅을 쪼개 파는 일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연구소나 사무실을 유치하려면 큰 건물을 지어 많은 기업에 분양이나 임대를 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넓은 땅을 싸게 파니까 땅값에 매력을 느낀 남동산단 기업이 지가상승을 기대하고 입주한 것이다. 애초에 입주기업이 R&D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R&D단지로서의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다. 땅값이 20배 가까이 올라 입주기업은 재테크에 성공했지만 시민의 눈으로 보면 실패다.

당시 부지를 분양한 인천테크노파크(구 송도테크노파크)는 지금은 2차 산업기술단지에 번듯한 고층 건물을 지어 강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유치하려 한다. 그런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실패를 반복했다. 올해 초에도 송도 5공구에 2001년 송도테크노파크가 했던 방식으로 연구소 용지에 입주할 기업을 모집했다. 공모에 응한 기업 대다수가 사업계획서에 법정 용적률 상한보다 훨씬 낮은 용적률을 써냈다. 땅은 탐나지만 연구소 건물을 제대로 지을 생각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에 큰 필지를 헐값에 팔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기업이 오게 되어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대기업은 단독 건물을 지어 입주했고, 단독 건물을 지어 입주할 정도로 큰 R&D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부지를 분양받았다. 그래도 건물을 독자적으로 다 쓰기 어려운 기업이나 컨소시엄은 여유 공간 임대 계획을 사전에 제출했다. 그 결과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이 공존하고 있다. 마곡R&D산업단지에는 컨소시엄이 없다. 하지만 입주 후 5년 후에는 남는 공간 임대가 허용된다.

송도 11공구에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R&D 기능을 유치하려면 판교나 마곡처럼 중고층 건물을 짓고 여유 공간을 분양 또는 임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아예 처음부터 임대와 분양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사업자에게 기회를 줘도 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에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이익을 독식하지 않도록 사전 계약을 통해서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이 낮아져 임대나 분양이 지연되고 초기 집적이 지연된다. 집적이 집적을 부르는 것이 R&D 클러스터의 특징이므로 개발 초기에 최종입주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