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외교관계를 갖지 않는 세계 4개국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는?'
2011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이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해 인간과 대결했을 때 나왔던 문제 중 하나다. 정답은 '북한'이다. 왓슨은 이 퀴즈대결에서 인간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해 상금으로 10억원을 챙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이 상당했다. 자연어 형태로 제시된 문제의 내용을 이해한 후 가장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 즉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왓슨은 이후 의료계에 진출해 '인공지능의사'로 활약 중이다. 최근엔 AI 앵커나 면접관까지 등장하는 등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4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인류의 위협'으로 여기는 전문가들 또한 적지 않다. 이 위협을 전문가들은 '기술적 특이점'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자신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순간이 기술적 특이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반복되면 지능이 무한하게 높은 존재가 출현할 게 뻔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는 시기를 2045년께로 예상하기도 했다.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으면 그것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했고, 테슬라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신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악마를 호출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후 처음으로 18일 토종 바둑 인공지능인 '한돌'과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군대 내무반에서 바둑을 배운 '병장바둑'의 눈으로 봐도 인공지능이 기본 정석인 '장문'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가 안 간다. 인공지능이 장문을 몰랐다면 기술력 부족일 터이고, 실수를 한 것이라면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방증한다. 심각한 것은 미래사회, 인공지능시스템이 모든 분야에 구축됐을 때 인공지능의 착각이나 오류가 초래할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세돌의 승리에 선뜻 박수가 쳐지지 않는 이유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