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 익숙한 결혼식문화
개인 가치관 따라 결정하는 '불매'
몇번 못본 타인이 더 편하다는 시대
'혼자 좋지만 외로움 싫다' 트렌드
난 누구와 관계되는지 생각해볼 일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모두 알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바로 '커뮤니티' 기반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돈을 받고 모임(커뮤니티)을 만들어주거나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아직은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프로젝트에 가까운 커뮤니티도 있지만 실제 사업적 성격의 비즈니스로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채널 플랫폼, 목적이나 정체성 중심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있다. 이처럼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 일하는 여성, 책 읽기가 좋은 사람, 영어 공부를 원하는 사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사람까지….
기성세대에게는 낯설뿐더러 '사람 만나는 모임에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일 수도 있다. 일례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주제별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4개월 회비로 19만원에서 29만원까지를 내야 하는데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발표자만큼이나 참여자들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잠깐 와서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만 듣고 사라지는 청중은 없다. 참여자들은 자기소개를 하고, 발표가 끝나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인맥을 넓히고, 한 번 참여한 사람들이 다음번에 지인을 데리고 온다. 지식을 전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만나기 위해 참석하고,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적당히 친하면서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을 새로 만들어 나가는 셈이다.
주문형 콘텐츠 소비(Contents On Demand)의 시대다. '누구나 좋아하는 취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2~3명만 모여도 상관없으니 높은 밀도로 만나서 서로의 취향과 관심을 공유한다. 인간관계의 확대는 원하지만 신상털이가 수반되는 '끈적한' 관계는 사절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개인들이 수평적인 관계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른 곳에서 연결되기도 하면서 '단발적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취향따라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은 '감정 노동'이므로 끈끈한 연대나 관계 없이도 불편하지 않다.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을 만나지 않기에 결혼식은 불필요한 절차이거나, 하더라도 투자한 만큼 회수해야 하는 이벤트에 가깝다.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은데 시간을 투자해 참석하고 축의금을 내는 기존의 결혼 문화는 이해 불가다. 결혼식 직전 청첩장을 개별적인 점심 모임을 통해 받았다면 반드시 '봉투'라도 보내야 하며, 밥을 사기로 한 동료가 팔천원짜리 에비동을 주문했는데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만이천원짜리 특 에비동을 주문하는 건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기브 앤 테이크'로 이뤄지는 교환 논리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결혼식 문화는 신예 소설가 장류진의 단편 '잘 살겠습니다'에 더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불매운동도 '길고 오래' 간다. 소비자 단체가 주도하는 대신 개인이 판단하고 남들이 불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가치관에 따라 판단해 불매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쁜 기업'의 개과천선 없이는 불매가 끝나지 않는다. 잠깐이면 사그라들 줄 알았던 일본 제품 불매가 오래가는 것은 아마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번 보지 못한 관계의 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50%에 가까운 시대, 공동체 해체를 걱정하지만 외로움이 비즈니스가 되는 지금,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다'는 느슨한 연대가 기존 관계의 대안으로 등장한 요즘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사람들 사이의 연결과 연대조차 새로운 형태로 발전 중인 느슨한 연결의 시대, 연말을 맞아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정지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