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야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다. 한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MLB에 가면 신인 대접을 받는다. 대한민국 부동의 4번 타자 박병호도 그랬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마무리 오승환도 그랬다. 여기에는 아시아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자만감도 깔렸다. 2016년 스즈키 이치로가 미·일 통산 4천257안타를 쳐 피터 로즈의 MLB 최다안타(4천256개) 기록을 넘어섰을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일본리그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건방을 떤 것도 그래서다.
노모 히데오는 MLB의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에서 통산 123승을 거뒀다. 이 기록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투수들도 하지 못한 양 리그 노히트 노런 경기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히데오는 겨우 6표(1.1%)를 얻는 데 그쳤다. 인종차별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LB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인종차별이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1999년 경기 도중 퇴장을 부른 그 유명한 두발차기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다. 2년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김현수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빈 병에 맞을 뻔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왼손을 쓰면 "야구를 시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다. 왼손 투수는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공을 던지기 전의 몸 방향이 1루를 향하고 있으니 주자를 볼 수 있어 견제하기도 쉽다. 같은 속도라고 해도 왼손투수의 공은 오른손 투수 공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41세에 미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랜디 존슨도 왼손투수다. MLB 스카우터들은 왼손투수를 엄청나게 선호한다.
인천 SK 와이번스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경사다. 그를 놔준 구단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팀도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3진을 의미하는 33번의 등번호도 부여받았다. 느낌이 좋다. 치열한 선발 경쟁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나마 경쟁자들이 오른손 투수란 것이 큰 다행이다. 실력을 키워라. MLB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밖에 없다. 성질이 못돼도 실력이 있으면 우대받는 곳이 MLB다. 오승환의 귀국으로 허전했는데 김광현을 볼 수 있다니 벌써 행복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