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하드웨어·SW 종속되지 않는
오픈 뱅킹 시스템으로 가야
생각만 바꾸면 CDMA 경우처럼
과감한 '건너뛰기 전략' 시도 충분
리버스 이노베이션이란 말은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가 집필한 책 '리버스 이노베이션' 때문에 유명해진 단어이다.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마치 위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이 전수되던 전통적 혁신의 패턴이 이제는 아래에서 위로 혁신의 양상이 달라지는 '역혁신'이 시작되었다는 이론이다.
우리의 금융기관은 아마도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히려 스타트업에 의한 리버스 이노베이션이 일어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고 기대하는 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실제로 요즈음 핀테크 분야는 스타트업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을 통한 송금이나, P2P 서비스, 카카오뱅크나 K뱅크 등의 등장으로 등 떠밀리듯 은행들이 오픈 뱅킹 서비스 같은 것도 시도해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의 오픈 뱅킹은 무늬만 오픈 뱅킹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페인트 칠하고 창문 고친다고 재건축 아파트와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현대는 건너뛰기(skipping) 전략이 가능한 시대이다. 유선전화를 거쳐야 무선전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솔린 엔진 자동차 생산을 거쳐야 전기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중국은 유선 전화와 가솔린 자동차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무선전화와 전기자동차 산업을 시작했다. 전기자동차는 우리보다 어느 면에서는 앞섰다. 앱으로 결제하기나(알리페이) 공유경제 택시(디디추싱)도 우리보다 중국이 앞서간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된 것도 모두가 무선전화 방식 결정을 망설일 때 CDMA 방식을 과감하게 제일 먼저 도전한 건너뛰기 전략 때문이다.
현금 없는 디지털 화폐시대, 은행지점이 없는 시대, 보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블록체인의 시대, 어느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시대를 전제로 하는 오픈 뱅킹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건너뛰기 전략이 시작은 늦은 듯하지만 궁극적으로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제도가 될 것이다. 중간치기 개선은 나중에 되돌리려면 오히려 앞으로 나간 만큼 손해다. 생각만 바꾸면 CDMA 경우처럼 건너뛰기 전략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나와 있고 우리의 역량도 충분하다. 혁신적 지도자와 도전이 없을 뿐이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