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201001260800063331

시대에 따라, 그리고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은 다르다. 동양과 서양의 절세미인을 말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것은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그토록 미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는 날씬한 개미허리가 절대 아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땀을 흘릴 정도로 뚱뚱했다고 한다. 키는 155㎝ 정도. 클레오파트라도 매부리코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두껍다고 느껴질 정도의 입술의 주인공으로 오히려 남성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

이들을 절세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영화 덕이 컸다는 설도 있다. 영화 클레오파트라 역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으면서 그녀의 모습을 클레오파트라로 생각하고, 중국 배우 판빙빙이 양귀비역을 맡으면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을 양귀비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백이 양귀비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것을 보면 그녀의 얼굴은 달걀형이 아니라 후덕하다고 할 만큼 둥그렇게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의 미모가 당시 로마와 당나라 남자들의 혼백을 뺏었다고 하니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게 확실하다.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도 다르다. 아프리카의 경우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느 지역은 살이 쪄야 미인으로 결혼 전 살을 찌우느라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몇 날을 보내기도 한다. 입술이 두꺼운 걸 으뜸 미인으로 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목이 길어야 미인이라고 하는 곳도 있어 일부러 여러 개의 링을 목에 채워 인위적으로 목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2019 미스 월드 대회에서 자메이카 국적의 흑인 여성 토니 앤 싱이 영예의 왕관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2019년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대회 등 세계 5대 대회에서 모두 흑인이 왕관을 차지하며 '블랙 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미스 유니버스로 선발된 미스 남아공 조지비니 툰지의 수상소감이 주는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나는 나와 같은 피부색과 머릿결, 생김새를 가진 여성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하지만 오늘로 그런 관념이 깨질 때가 됐다."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며 육감적인 몸매를 미의 덕목으로 삼았던 기존의 편견을 깨야 한다는 의미로 들려서다. 세상이 변하듯, 미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진정한 아름다움엔 반드시 내면적 아름다움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