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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중국부상·아베정부 사상… 분쟁뒤 '숨은 질서' 꼽아
강제동원 판결의 법적쟁점 조명… 전후 역사적 맥락 짚기도
한일우파간 수정주의 네트워킹 현상… '반일종족주의' 비판


105호 표지
최근 발간된 계간 '황해문화' 2019년 겨울호(통권 105호·새얼문화재단 刊)는 지난 여름부터 본격화됐으며, 불투명한 전망 속의 한일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 분석했다.

특집 '한일 갈등-구조와 역사, 그리고 책임'에서 '황해문화'는 복잡한 역학관계가 경합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진정한 국익은 무엇이며, 우리 안보를 지키면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공존번영의 길을 찾아 나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한일 갈등의 배후에 미국이 있으며, 그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목소리, 피해당사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권두언 '봉인된 한일 갈등 뒤의 숨은 질서(hidden order)'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전환기적 사건들의 배경을 세 가지 맥락에서 짚었다.

동서독 통일과 소련의 해체 이후 서구의 냉전질서는 종결됐지만, 동아시아의 냉전은 진행형이며 도리어 미중간의 패권경쟁을 둘러싸고 신냉전 질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중국의 부상과 위협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최초의 공식 한일 정상회담(2015년 11월 2일) 이후, 12월 28일 역사문제에 대한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한일 합의가 급작스럽게 터져 나왔다.

이는 한국을 대중-대북 견제 및 압박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미일 글로벌 동맹의 '이해/이의'가 관찰된 결과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이 어떠한 계기로 미처 작용하기도 전에 아베 정부는 바로 다음날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며 과거사 문제(역사·정치 문제)에 무역 공격(경제보복)으로 연결시킨 아베와 자민당 내각의 '이데올로그'라 할 수 있는 '일본회의'의 사상과 역사관을 들었다.

이어서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의 위상'에서 한일 갈등의 원인이 된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의 역사적 의미와 법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살폈으며,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한국사학회 회장은 '전후 한일 갈등의 역사, 그리고 2019년'에서 한일관계의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

우선 한일 갈등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침묵해왔던 문제가 불거진 것이며, 두 번째는 이 갈등을 관리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특집의 기획자이기도 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황해문화 편집위원은 '한국 역사수정주의의 현실과 논리'에서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친일파를 자청하는 세력의 등장에 대해 주목했다.

책 '반일종족주의'는 잘못된 역사인식과 학문적 고증이 결여됐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과 한일 우파간 역사수정주의 네트워킹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백래시(backlash) 현상에 어떻게 반격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큰 과제임을 알려준다.

이 밖에도 '황해문화' 이번호에는 홍콩시위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홍콩민간인권전선의 부소집인 웡익모와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의 좌담 '홍콩은 우리 한복판에도 있다'가 눈길을 끌며, 세 편의 비평과 문예작품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와 소설도 만날 수 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