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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논쟁거리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의 명절을 국가적 축제로 치르면서 종교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로 인사를 대신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성탄'을 '명절'쯤으로 격하하는데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해피 할러데이' 카드를 발송했다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에 진땀을 뺐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굳이 성탄의 의미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해를 다 보낸 사람들이 가까운 이들과 감사의 선물과 덕담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효용은 충분하다. 미국 작가 마리 엘렌 체이스가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하나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 그대로다. 올더스 헉슬리는 "크리스마스는 자본주의의 도매상"이라고 비판했지만, 감사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하루 정도는 허락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만든 대형 참사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1971년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가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호텔 커피숍 프로판 가스통의 폭발로 인한 화재로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캘리포니아의 복지시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슬림 극단주의 부부의 총기난사로 아수라장이 됐다. 14명이 숨지고 범인 부부는 사살됐다.

올해는 사랑과 평화의 하루를 위협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난데 없는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 중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제재해제를 안하면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겁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했다.

미국은 공중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다"고 뻗대는 북한을 향해 한·미 특수부대의 북한요인 생포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잃을 게 있음'을 경고했다. 말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지만 군사적 압박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중국으로 날아갔다. 시진핑에게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말려달라 부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개봉이 임박했다.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