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01001405700070211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졌다. 4년 후인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밖으로 나가 "지구는 푸른 빛"이라는 메시지를 지구로 보내자 미국은 '가가린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더는 밀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미국이 본격적으로 우주 탐사에 나서면서 바야흐로 미·소간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다.

초기엔 소련의 일방적 승리였다. 1959년 9월 소련은 루나 2호를 보내 달 표면을 촬영했고, 다음 달엔 루나 3호가 달 뒷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1966년 2월에는 무인 탐사선 루나 9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하지만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의 첫발을 디디면서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특히 소련의 붕괴로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사실상 우주는 우주왕복선이 날아다니는 등 미국의 독무대가 됐다.

하지만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속 2만5천㎞의 속도로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아방가르드'를 공개하고, 이듬해 중국도 전략 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확대한 전략지원군 안에 항공우주군을 창설하면서 우주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특히 올 1월 중국이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우주군 창설을 선언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72년 만에 새로운 군대인 '우주군(Space Force)' 창설에 필요한 입법을 완료했다. 우주군은 미국의 5군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대다. 1947년 공군이 육군에서 떨어져나와 별도 군으로 창설된 이후 미국에 새로운 군대가 생긴 셈이다. 우주군은 영화 '우주전쟁'이나 '인디펜더스 데이'처럼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주 방위군'과는 다른 의미다. '지구를 지킨다'가 아니라 우주의 패권을 차지하는 게 우선이다. 23일 중국이 "우주 평화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발끈한 것도 그래서다. 이제 우주도 강대국들의 전쟁 영역이 됐다. 어찌 됐건 달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는 우리에겐 모두 꿈같은 이야기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