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미·유창호 사진작가 전시회
기숙사 옷가지 등 31점 앵글담아
옛 공장터 '패션쇼' 발표장 변신
보존·활용 가치창출 목소리 높아
동일방직, 일진전기 등 오래되고 버려진 공장도 이제는 '산업유산'으로 재조명받으며 사진 전시회의 소재는 물론 패션쇼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인천 근현대 산업유산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산업유산이 가진 역사성과 가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은미, 유창호 사진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인천 중구 인천영상위원회 건물에서 '비워진 제단(祭壇)'을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회는 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회에 걸린 사진 31점은 동일방직 인천공장, 일진전기 인천공장 등 인천 근현대 산업유산을 주제로 삼았다. 사진 속에는 동일방직 기숙사에 남아 있는 옷가지, 비어 있는 일진전기 공장 내부의 모습 등 과거의 흔적들도 있다.
작가들이 주제로 담은 '제단'은 자본의 생산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거쳐 갔던 공장을 뜻한다.
전시회를 진행하는 인천영상위원회 건물도 1930년대 일본식 벽돌창고로 산업유산 중 하나다.
동일방직 인천공장은 한국 섬유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회사로 한때 종업원 수만 1천600여명에 달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197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노조 여성지부장이 탄생한 노동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공장을 가동한 지 83년 만인 지난 2017년 12월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인천시와 동구가 부지를 매입해 보전하면서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문제로 매입이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기업의 공장에서 출발한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생산 라인이 충남 홍성공장으로 옮겨가면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 완전히 가동이 중단됐다. 가동 중단 이후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빈폴'이 30주년을 맞아 1960~70년대 한국의 멋을 '뉴트로'(새로운 복고) 형식으로 탈바꿈하는 등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한 장소로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선택하기도 했다.
근현대 산업유산을 유행의 최첨단에 접목한 사례다.
이처럼 인천 근현대 산업유산에 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존·활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은미 작가는 "근현대 산업유산은 자연유산, 문화유산 못지 않게 역사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외형적 가치만 중요시될 뿐 그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있다"며 "근현대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할 때 그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