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잃은 베토벤 초연무대 지휘
말러 등 후대 작곡가들에 영향도

2019122601001565400078001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과 9번 '합창'은 클래식의 대명사격이다.

초연 이후 약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메인 테마가 강렬하다. 5번에서 운명을 극복한 성취는 마지막 교향곡 9번에서 혼돈과 반목을 극복한 인류애의 메시지로 승화한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은 자신의 지휘로 1824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교향곡 9번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베토벤은 지휘자로 참여한 앞선 공연들에서 연주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신경을 쓰다가 머뭇거리기 일쑤였고 이는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주위에선 지휘를 만류했지만, 베토벤은 9번의 초연 무대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그로 인해, 포디엄(지휘대)엔 베토벤이 서지만, 단원들은 무대 한쪽에 숨어있는 또 한 사람의 지휘자 미하엘 움라우프의 지시에 따라 연주를 했다.

당시 초연에 참여했던 한 합창단원은 "베토벤이 연주에 맞춰 악보를 읽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한 악장이 끝났는데도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고 증언하는 등 베토벤의 지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새로운 교향곡의 출현에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

작곡가의 창조적 열정과 비감에 찬 우수의 세계가 표출되는 1악장, 비감에 찬 세계를 헤쳐나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저지되는 2악장, 세상의 조화를 그린 3악장에 이어 4악장에선 앞서 제시된 세계와 장애가 회상처럼 지나간 후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와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새로운 사회를 그려낸다.

이 작품으로 인해 '교향곡'은 인류애를 노래하는 거대한 표현 수단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이는 교향곡을 통해 하나의 우주를 구현하려 한 말러 등 후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줬다.

메시지의 강렬함으로 인해 교향곡 9번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에 연주되는 등 정치적 목적이 결부된 이벤트에도 자주 선을 보였다.

또한 유럽의 일부 지역과 아시아의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송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로도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요엘 레비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은 네 명의 독창진과 130명 규모의 연합합창단과 함께 27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작품을 연주한다.

교향곡 9번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2020년엔 보다 다양한 그의 작품들과 친해져 보는 건 어떨까.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