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존'
경자년엔 잘 보고·듣고·많이 웃고
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며
모르면 묻고, 화내지 말며
남의 것 탐하지 않는 한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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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19년이 다 가고 며칠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연말행사, 송년모임, 공연, 시상식 등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매일 같은 해가 떠오르고 어제, 오늘, 내일… 연속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해가 바뀌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걸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가 뭔가를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들은 괜찮다며 용서를 건네기도 하고, 더 이상 끝이 아니라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365일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2019년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일은 오랫동안 바라던 새 도서관을 지어 문을 연 것이고 그다음 순위는 그렇게 어렵게 만든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강렬하게 느끼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넓어진 공간에서 더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도 어린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도서관 이용에 대한 예절, 타인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 내 것이 아닌 공동의 것에 대한 소중함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구 뛰어다니고 생각 없이 책을 찢고 도서관 소품들을 던지고 망가뜨린다. 옆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없을 뿐 아니라 사물에 대해 조심스럽게 살피고 대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모들을 보면 어떤 때는 정말 화가 난다. 멀리 외딴곳의 도서관까지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의 열성을 보면 자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삶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 그들의 사랑방식은 참으로 안타깝다.

새로운 시작 앞에,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딱 맞는 그림책 하나를 발견했다. 그림책 '시작하는 너에게'(마에다 마유미 지음. 강방화 옮김/웅진주니어)에서는 아기 곰이 태어나서 엄마 곰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독립하기 전까지 엄마 곰은 아기곰들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알려준다. 계절의 변화는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먹이는 어떤 것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된 아기 곰들은 엄마와의 이별이 서운했지만 자신이 나아갈 앞날이 조금 설레기도 하다.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아기 곰에게 힘찬 파이팅을 외치는 엄마 곰은 자랑스러운 마음과 공허한 마음이 함께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공자가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처럼 누구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개의치 않고 행하는 행위들은 개인의 욕망만 채우는 것이다. 이익을 취하더라도 의(義)로운 관점에서 판단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나 자신부터 다짐하고 싶다. 논어의 계씨에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가 있다. 군자로 살아가면서 곰곰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의 도리이다.

볼 때는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생각하고(視思明),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어 상대방을 이해할 것을 생각하고(聽思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色思溫), 태도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貌思恭), 말을 할 때는 진심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言思忠), 일을 할 때는 공경스럽게 할 것을 생각하고(事思敬), 의심이 들 때는 질문할 것을 생각하며(疑思問), 노여울 때는 곤란해질 것을 생각하고(忿思難), 이득이 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지를 생각하라(見得思義).

이제 며칠만 지나면 2020년 새해가 밝아온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하면서 잘 보고, 잘 듣고, 많이 웃고, 공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며 모르면 묻고, 화내지 말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그러한 새해를 살아보자.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