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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O.K)만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언어학자 멘켄은 'O.K'에 대해 '미국이 낳은 가장 성공적인 단어'라고 평했다.

O.K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 판사시절, 'All correct'(좋소)라고 사인하려다가 'Oll korrect'라고 잘못 적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19세기 중반, 보스턴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단어의 첫 글자를 비슷한 발음으로 바꾸는, 일종의 말장난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이보다 더 지지를 받는 '대통령 기원설'(?)이 있다. 미국의 8대 대통령 마틴 반 뷰런의 지지단체 중 하나인 'Old Kinderhook Club'의 약칭, 즉 'O.K.Club'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Kinderhook'는 밴 뷰런이 태어난 뉴욕주의 마을 이름이다. 이 밖에 북미 인디언 언어에서 비롯됐다는 등 수 많은 주장이 있는데 멘켄은 O.K의 어원을 11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원도 불명확한 'O.K'란 단어가 최근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얼마 전 수도권의 한 아파트단지에 '배송 수레로 인한 소음으로 수레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누군가 강하게 소음 민원을 제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안내문 위에 덧붙인 메모 쪽지 한 장이 뜻밖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10층은 그대로 수레 사용해 주세요. 그게 우리의 민원임. 10층은 수레 OK!"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은 것이다. 이어 초등학생 포함, 많은 주민들이 가세해 "택배 아저씨 고생 많으신데 힘들게 하지 마세요! 택배 아저씨 수레, That's OK!","걱정 마시고 안전하게 배달을 부탁드립니다. 수레 OK♡"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O.K 릴레이가 펼쳐졌다. 전화를 주면 직접 내려가서 배송물품을 받겠다는 주민도 나타났다. 결국 관리사무소측은 메모 쪽지가 덕지덕지 붙은 안내문을 회수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쥘 르나르'는 '좋은 말 한마디는 형편없는 책 한 권보다 낫다'고 했다. '수레 OK'라는 배려의 한마디가 택배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줄 게 뻔한 '수레사용금지' 공지를 무력화(?)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일 듯싶다. 경자년에는 보다 많은 '선의의' O.K소리를 듣고 싶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