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볼수있는 폐가·재개발 지역
쉽게 무너뜨리는 시간의 가치 재조명
'얼굴 소재' 작품 다양한 형태로 구성
인천 배다리사거리 인근에서 사람과 문화를 잇고 있는 '잇다스페이스'가 2020년 첫 기획 초대전으로 구나현 작가의 '소금창고-아무개씨'를 개최한다.
4일부터 오는 2월 9일까지 잇다스페이스 본관과 별관(스튜디오), 쇠뿔고개 창영 어울림 갤러리(도원역에서 배다리로 이어지는 철로변)에서 동시에 진행될 이번 전시회에는 설치작품과 공간 입체캔버스, 로드갤러리 전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잇다스페이스 본관은 1920년대 지어져 소금 창고로 쓰였다. 이후 책방으로 용도 변경되기도 했다가 20여년 동안 비어있었던 이 공간이 5년 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회는 갤러리 건물 실내외를 입체 캔버스 개념으로 구성한 작품들과 설치 조형, 길거리 전시 작품 등으로 꾸며질 섹션별 작품전이다. 동시에 공간과 얼굴에서 주는 영감들의 이야기, 평범한 것과 특별한 것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 작가에게 사람들의 얼굴은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주제이다. 작가는 얼굴들을 소재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의 냄새나 입맛 같은 것들이 배어 나오도록 작품화했다.
작가는 "몇 년 간 길에서 작업을 하며 동네마다 있는 폐가, 재개발 지역의 낡은 벽이나 무너진 돌조각 같은 것에 사람의 얼굴들을 그렸다"면서 "버려진 공간 속에서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머무르며 느낀 것은 누군가 머물다 떠난 공간들은 비어있는 채로 그 나름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낡은 벽이고 버려진 건물일 뿐인데 거기서 인상이나 표정들을 읽고, 빈 공간 속에 흐른 시간을 형상화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들을 통해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가치를 너무 쉽게 무너뜨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회 개막식은 4일 오후 5시 잇다스페이스 본관에서 열린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