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수사이의 제기… 검찰이 지휘
모욕·폭행등 혐의 4명 법원에 넘겨

1년 6개월 동안 동급생들로부터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에 시달린 중학생이 가해자들을 고소했다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학교폭력 사건이 재수사(2019년 11월 28일자 7면 보도)를 거쳐 결국 '유죄' 판단으로 법원으로 넘어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최근 인천 연수구의 한 중학교 재학생 A(16)군 등 4명을 모욕, 폭행 등 혐의로 인천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소년보호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 감호 위탁,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내리는 특별조치다.

A군 등 4명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넘게 같은 보습학원을 다닌 동급생 B(16)군을 폭행하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힌 혐의 등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온·오프라인상에서 끊임없이 B군의 신체적 약점을 비하하거나 조롱했다. 지속해서 B군의 신체 부위에 단순한 접촉 수준을 넘어선 위력을 가했다고 한다.

B군은 심각한 트라우마(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으며 치료를 받아왔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각각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등 조치를 받았지만, 경찰은 처음 수사에서 가해자들의 행위가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가해 학생들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B군의 부모는 인천지방경찰청에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사이의'를 제기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경인일보 보도 직후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경찰을 지휘했다. 경찰은 담당 수사관을 교체하는 등 사건을 다시 조사해 가해 학생 4명에 대해 폭행, 모욕 등 혐의가 있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다시 송치했다.

검찰도 사건을 검토한 후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겼다. 애초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됐던 학교폭력 사건이 피해자 부모의 끈질긴 호소로 재수사 끝에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증가세에 있는 학교폭력 관련 대책을 강화하기 위한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B군의 부모는 "재수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