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3사 협약' 사전안내 부실
종이상자 배치뿐… 계산후 '황당'
"환경보호" vs "장바구니 판매용"
"정부방침, 어쩔수 없어" 해명만
"종이 상자만 있으면 뭐 하나요. 노끈이랑 테이프가 없는데."
2일 오후 2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신년 맞이 할인행사 덕분에 마트 계산대는 대기인원이 10m가량 늘어질 정도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다린 끝에 계산을 마친 이용객의 10명 중 7명은 자율포장대로 향했지만 평소 보이던 테이프와 끈을 찾지 못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1월 1일부터 테이프와 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도 없어 직원에게 테이프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 이용객도 있었다.
한 이용객은 직접 준비한 청테이프로 종이 상자 밑 부분을 고정한 뒤 계산을 마친 밀가루, 달걀 등을 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객은 위태로워 보이는 종이 상자에 조심스레 물건을 담거나 다시 계산대로 향해 장바구니 또는 종량제 봉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간 권선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에는 이용객이 1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종이상자는 포장대 한 켠에 겹겹이 쌓였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테이프와 끈을 올해부터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용객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해 8월 환경부와 맺은 자율협약에 따라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 종이상자만 남기고 테이프와 끈을 모두 없앴다.
이를 두고 환경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극도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트 이용객 김모(33·여)씨는 "종량제 봉투와 장바구니도 어찌 됐든 비닐로 제작됐으니, 최대한 종이 상자의 사용을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경 보호 목적이 아니라 장바구니를 팔아먹으려는 마트의 상술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나름대로 마트 차원에서 홍보했지만 테이프와 끈을 찾는 고객들이 줄지 않고 있다"며 "고객들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는 다소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