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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를 기반으로 한 비보이그룹 '퓨전MC'의 공연 모습 /퓨전MC 제공

18년 전, 의정부에 살던 중학생 10명이 비보잉을 시작했다. 곧 고등학교 입학한 이들은 뜻이 맞는 친구들을 더 모아 비보이 동아리 '퓨전MC'를 만들었다.

매일 6시간씩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기예(技藝)의 춤, 비보잉. 청년들의 땀과 노력은 10여년 동안 계속됐고, '퓨전MC'는 이제 의정부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비보이 그룹이 됐다.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10년 넘게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위기가 올 때마다 팀원들과 똘똘 뭉쳐 버텼더니 어느새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비보이팀 가운데 하나가 돼 있었습니다"

퓨전MC의 창단 멤버이자 현 단장 황정우씨는 인생 대부분을 보낸 비보이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 비보이 분야에서 '플렉시블 무브'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춤꾼으로 유명한 황 단장은 끊임없는 연습과 자기 수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요가의 한 동작을 보는 듯한 유연한 몸놀림이 특징인 플렉시블 무브는 자신을 깎는 연습이 없다면 출 수 없는 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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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를 기반으로 한 비보이그룹 '퓨전MC'가 지난해 12월 타이베이 비보이시티 월드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퓨전MC 제공

"비보잉은 음악과 안무 외에도 스포츠적인 요소가 필요한 춤입니다. 6시간씩 매일 연습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서 출 수가 없어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했던 동작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의 성취감과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나 자신을 발전시켜나간다는 게 비보잉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퓨전MC는 2019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프랑스 언브스티 세계대회, 중국 난닝 인빈시블 비보이 챔피온십, 중국 배틀킹 챔피온십, 프랑스 멜팅컵, 타이베이 비보이시티 월드 파이널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그것이다. 퓨전MC는 현재 전 세계에 있는 비보이들이 주목하고 가장 경계하는 팀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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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를 기반으로 한 비보이그룹 '퓨전MC'의 창단 멤버이자 현 단장인 황정우씨가 지난 2019년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휩쓴 퓨전MC의 성과를 설명하고, 2020년의 목표를 밝히고 있다. /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10여년 전 만해도 대한민국 비보이라고 하면 무조건 세계 1등이었는데, 요즘은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져 우승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 비보이들이 잘 갖춰진 시스템 속에서 계속 성장해 온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비보잉이라는 춤 자체가 부침을 많이 겪으면서 많은 비보이를 떠나 보낸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루 한 명 한 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보잉은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라는 명칭으로 오는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황 단장은 이에 맞춰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고 팀의 실력을 갈고닦아 현재 전 세계를 평정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부턴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과 관련한 일정들이 조금씩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공연과 대회 출전 등은 계속하면서 올림픽 준비에 나설 생각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비보잉을 알리는 활동도 계속 할 예정이고요. 많은 응원 바랍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