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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斬首)작전'은 적의 핵심 수뇌를 사살하는 것으로 미군의 정규 작전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다. 1989년 12월 20일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정당한 명분 작전'이란 참수작전으로 실각한 케이스다. 말이 참수작전이지 사실상 침공이었다. 작전에는 데브그루와 델타포스가 주축이 된 2만명의 미군이 투입됐다. 데브그루는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 실의 여러 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요원만을 모아놓은 '실 6팀'의 별칭이고, 델타포스는 미 육군의 일급 특수부대다. 당시 작전으로 노리에가는 포로로 잡히고 예르모 엔데라의 친미 정부가 수립됐다.

2011년 5월 1일 0시30분 작전명 '제로니모'의 빈 라덴 참수작전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요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자 이들은 빈 라덴이 은신해 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을 급습했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 작전은 끝나고 빈 라덴은 사살됐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는 빈 라덴 참수작전을 가장 실제에 가까우면서도 심도 있게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제로 다크 서티'란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 AM 12:30을 뜻하는 군사용어.

참수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정보·감시·목표획득·정찰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네트워크, 즉 휴민트의 조력이 필요하다. 제거해야 할 적 수뇌부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적 수뇌부는 위성의 추적을 피하려고 밤이나 흐린 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제보가 없으면 참수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참수작전에는 위치나 동선파악에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참수작전에는 '닌자 폭탄'이 탑재된 요인 저격용 드론 '리퍼(Reaper·MQ-9)'와 동선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임기표적(臨機標的)'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 통신 도청과 비행 정찰, 그리고 비밀 정보원의 최종 확인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파악된 것이다. 참수작전은 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특별 임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닌자 포스'라고도 불린다. 현재 주한 미군에도 공격형 드론 '그레이 이글(MQ-1C)' 12대가 배치돼 있다.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에겐 성가신 존재일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