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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화제가 있다. 모두 특별하지만, 그중 베를린, 칸,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로 꼽는다. 이중 우리와 가장 연관이 깊은 영화제는 아마도 베를린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 출품작이 1956년 제7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어서다. 또 있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는 1961년 제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특별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의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역사가 가장 깊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우리 영화가 초청된 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비록 수상에 실패했지만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특히 2007년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밖에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2010), 김기덕 (2011) 감독이 최고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을 '황금사자상'이라고 부른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이 상을 받아 한국영화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장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덕은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7회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시상식장에선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라는 한국어 수상소감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큰 경사다. 골든글로브상은 90여 명의 세계 각국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가 주는 이른바 '기자 영화상'이다. 단지 투표자 수가 너무 적어 제3 세계 영화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박하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하지만 '기생충'은 이런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콧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내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의 전초전인 만큼 사상 최초의 오스카상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