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701000314600015881

플라스틱은 1869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코끼리의 개체 감소로 당구공의 원료였던 상아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재료를 찾다가 개발했다. 용어는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됐다. 가볍고 튼튼해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저렴하기까지 해 현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이란 찬사까지 받았다. 20세기 산업에 미친 영향 때문에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최대 주범이 됐다. 뚜렷한 대체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지구는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54년 연간 150만t이 생산되던 플라스틱은 현재 매년 3억 t이 넘게 생산된다. 플라스틱은 여전히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존재지만 문제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1천만t이 바다로 흘러가 해류를 따라 떠돌다 북태평양 환류 해역과 남태평양, 인도양 등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도 존재한다. 미세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해양 먹이사슬을 무너뜨리고 오염된 생선이 우리의 식탁에 버젓이 오른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지부가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도 참 고약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답게 보고서를 보면 왜 그런지 수긍이 간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 페트병 49억개, 플라스틱 컵 33억개다. 1인당 연간 비닐봉지 460개(9.2㎏), 페트병 96개(1.4㎏), 플라스틱 컵 65개(0.9㎏)를 사용한 셈이다. 페트병을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돌고,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달까지 닿는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한때 '신의 선물'이라 불렸던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우리도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도는 여전히 낮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의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하면 '플라스틱 발생 자체를 줄여라'다. 이를 꼭 실천해 플라스틱 사용 1위 국가의 오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