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바람 막아주는 곳 몰려
도시생태 건강 최적 서식지 판단
억지 퇴치땐 이동범위 넓힐 우려
출현현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혐오감 없애는 시민인식 개선 노력

성기복 수원시 수질환경과장
성기복 수원시 수질환경과장
까마귀는 우리 민족의 각종 설화에 등장하는 친숙한 새다.

소를 끌어 농사를 짓는 견우(牽牛)와 베를 짜 옷을 짓는 직녀(織女)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칠월칠석에만 까마귀와 까치가 놓아준 오작교 위에서 만난다는 견우직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또 세 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도 있다. 태양 안에 살면서 천상의 신(神)들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신성한 새(神鳥)로, 배달-단군조선-북부여-고구려로 이어지는 상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겨울철 밭의 해충과 잡풀의 씨를 먹어 이로운 점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수원시에는 지난 2016년 11월 겨울로 접어들 당시부터 떼까마귀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출현 개체수는 매년 큰 차이가 있다. 대략 1천~1만마리 정도가 수원으로 날아들었다가 매년 3월이 되면 시베리아 등지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떼까마귀는 일 년 내내 무리생활을 하며 곤충을 비롯한 각종 동물성 먹이와 나무 열매·씨앗 등을 먹는 잡식성 조류다. 아무르, 중국 동북부 및 남부, 몽골 등 유라시아 북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타이완·중국(동부)에서 겨울을 난다.

한국에서는 주로 수원, 울산, 평택, 김제 등을 찾는다. 이 중에서 수원시는 서쪽 칠보산, 북서쪽 수리산, 북쪽 광교산이 위치하는 분지 지형으로,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떼까마귀가 출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으로 온 떼까마귀는 낮에는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일몰 무렵 도심으로 들어와 전선에서 밤을 보낸다. 권선동 가구거리, 인계동 나혜석거리, 곡반정동 일원 등이 주 거처다. 주로 전깃줄이 건물보다 낮고 바람을 막아주는 곳을 이용하며,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나 전선 주변에 건물이 없는 곳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떼까마귀 출현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배설물로 인한 피해다. 따라서 떼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면 배설물 피해방지를 위해 차량에 덮개를 씌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원시 역시 주택가 이면도로의 차량·도로·행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퇴치활동과 청소, 방역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배설물에 대한 AI(조류독감) 검사 결과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야생조류인 겨울철새 떼까마귀 출현은 나쁜 신호는 아니다.

도시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주변 농경지 먹이가 풍부하며 떼까마귀들이 월동을 하는 최적의 서식지로 판단했기 때문에 출현하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

떼까마귀를 억지로 퇴치하면 인근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환경수도를 지향하며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수원청개구리 및 칠보치마 복원, 수달 보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시는 떼까마귀의 출현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공존의 방법을 찾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홍보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으며, 버스정류장에 떼까마귀 글판을 설치해 떼까마귀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족의 정서 및 역사와 연관성이 깊은 겨울철새 떼까마귀와 공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성기복 수원시 수질환경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