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국민적 공분… 엄벌"
운전자 금고 2년6개월→3년6개월로
반면 재발방지법안 계류·폐기 위기

초등학생 2명이 사망한 '인천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민적 공분이 형성됐다"며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형량을 1심보다 높여 선고했다.

법원조차 국민 공분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했지만, 정작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법안은 이번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양은상)는 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의 한 사설 축구클럽 코치 A(23)씨에 대해 1심 판결을 깨고 금고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15일 오후 7시 58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축구클럽의 스타렉스 승합차를 과속으로 신호를 위반해 운행하다가 카니발 승합차와 충돌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차량에 탄 김태호(7)·정유찬(7)군 등 초등생 2명을 숨지게 하고, 행인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학원 승합차와 관련한 안전 불감증에 국민적 공분이 형성돼 있어 일반 예방적 차원으로 엄벌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가볍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를 엄벌에 처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겠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까지도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의 국민적 공분을 고려해 판결했지만, 이 사고의 재발방지책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태호 군과 정유찬 군의 이름을 딴 이른바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태호·유찬이법은 관련 법상 '어린이 통학차량' 범위를 확대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해 축구클럽 등 사설 스포츠클럽 차량을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포함하는 게 골자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무리됐고, 여야 갈등으로 계류 중인 법안들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가,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상황이다.

태호·유찬이법이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까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정부 합동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대책'이 발표됐지만, 태호·유찬이법 관련 대책은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장하연 경찰청 차장의 입장만 나왔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