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화장실 비데 개수 '황당'
찾기힘든 예전 자료 반복요청도
업무 마비 "정말 필요한지 의문"
엄청난 행정력·비용 낭비 지적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로 공직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정보공개청구가 남발되면서 엄청난 행정력과 관련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 한 경찰관 A씨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쏟아지는 정보공개청구 목록을 보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 전 한 민원인이 "집 앞에 누가 반려견 배설물을 안 치우고 갔다"며 한 달 분량의 폐쇄회로(CC)TV자료를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경찰서 화장실에 설치된 비데 개수와 물품 납품 업체 목록을 청구한 사례도 황당하다. 정보공개청구에는 청구 목적을 밝히지 않지만, 비데 납품 업체의 민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한 재소자는 경찰서 직원 연혁, 경찰서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묻는 요청 사항을 A4 용지 수십 장에 빼곡히 적어 제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답변이 불가능하거나, 보안등급이 높아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A씨는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경우가 많다"며 "정보공개청구 공개 여부를 두고 직접 행정심판 판례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명확히 판가름할 수 있는 일종의 지침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공개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서 이유를 밝혀도 이의신청이 많이 들어와 다시 심의위를 개최하다 보니 정작 처리해야 할 다른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했다.

남동구청 직원 B씨는 "당장 찾기 어려운 수십년 전 자료를 일주일에 많을 땐 15건씩 1년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계속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담당 직원은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해 답변하기 위해 사실상 '업무 마비'였을 것"이라고 했다.

중구청 직원 C씨는 "지난 수년간 한 사람이 청구한 정보공개청구 건수가 전체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는데 구청과 관련된 대부분 자료를 청구했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해에만 3천건 가량의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됐는데 무엇보다 정말 필요한 정보인지 의문이 드는 사안이 많다 보니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정일섭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대한 사항을 정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인데 반복적·악의적인 민원 청구는 목적에 어긋나는 것 "이라며 "이 같은 정보공개청구는 제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행정 부담을 초래해 다른 이들의 원활한 정보공개청구에도 어려움을 줄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