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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2년 영국에는 '난로세'가 있었다. 집집이 설치된 벽난로에 1개당 2실링씩 부과했다. 하지만 반발이 크자 1689년 폐지됐다. 1698년 러시아에는 '수염세'가 있었다. 수염을 기르려면 부자들은 재산 정도에 따라 연간 30~100루블을 내야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 직후 신설된 '창문세'로 주택의 창문 개수에 따라 세율을 매겼다. 세금을 피하려면 창문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세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현재 유럽에 불고 있는 '디지털 세' 역시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다.

이탈리아가 지난 1일부터 '디지털 세'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연매출 550만유로(약 71억원) 이상의 IT 기업에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세율은 인터넷 거래액의 3%. 이 제도 도입으로 연간 7억유로(9천2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도 오는 4월부터 전 세계 연 매출 5억파운드(약 7천638억원), 영국 내 연 매출이 2천500만파운드(약 38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영국 내 매출의 2%를 '디지털 세'로 걷기로 했다. 모두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공정 과세'를 외치며 '디지털 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국가들이 앞다퉈 '디지털 세'를 도입하는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들이 돈은 자국에서 벌고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 선두에 미국과 '무역분쟁' 논쟁을 벌인 프랑스가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기업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GAFA 세'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거둬들인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2천만유로(약 324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거대 IT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로만 연간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법인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매출의 상당수를 아시아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제1의 원칙이다.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세'를 논의할 적기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