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901000486200024331.jpg
2018년 11월 15일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처벌을 촉구하는 반면(왼쪽), 대한육견협회 농민들이 "축산물 개의 전기도살 행위를 동물보호법 위반에서 제외해 달라"며 무죄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4번의 재판 끝에 '유죄' 판결이 난 '개 전기도살'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서 5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전기충격으로 가축을 도축하는 이른바 '전살법'은 개 식용업계에서도 보편적으로 쓰는 도살법으로 알려졌다. 개를 전기충격으로 도살하는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동물 학대에 해당해 처벌받게 된다면 개 식용업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개 식용산업을 반대하는 동물권 보호단체들이 개 전기도살을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법원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개 농장주 A(68)씨 측은 최근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A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김포의 한 농장 도축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매년 30마리의 개를 도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죄 성립 여부를 다시 따져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20일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을 했다. 결국 A씨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이 5번째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이 정한 돼지·닭·오리 등 가축을 도축할 때 사용하는 전살법을 개에 적용했을 때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가축으로 규정한 동물은 아니지만, 동물보호법 적용대상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개가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살법 도축이 가능한 가축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잔인한 방법인지를 따질 때는 해당 도살법으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시대적·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3.jpg
사진은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을 심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심 재판부는 "그 심리결과와 이 사건 도살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실상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동물을 도축할 경우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이 같은 인도적 도살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인도적인 도살방법은 동물의 뇌 등에 전류를 통하게 해서 즉각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뇌에 전류를 통하게 하지 않고 다른 신체 부위에도 전류를 흘려 지속해서 고통을 줬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와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잔인'은 사전적으로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짊'을 뜻하는데, 그에 관한 논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유동적인 것"이라며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 및 방법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개 전기도살 사건의 5번째 재판의 결론은 어떨까. 법조계에서는 상고심과 파기환송심 판결 양상을 고려할 때 재상고가 기각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