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내부용으로 만든 '지역여론 동향'이라는 문건이 일반 시민들이 단체로 이용하는 카톡방에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문건에는 일반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 내용도 담겨 있어 시민들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시는 경찰 측에 문건 유출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15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거주하는 시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600여명이 가입해 있는 '서현동 110번지'라는 단체 카톡방에 '하나된 성남,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성남시 슬로건과 2020년 1월 14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2쪽짜리 문건이 올라왔다. 단체 카톡방은 익명으로 운영돼, 문건을 올린 사람에 대해서는 갖가지 추측만 나오고 있는 상태다.
1 쪽은 주요 지역현안으로 '민중당 예비후보 3인, 보건의료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한국노총 건설노조 서울 경기지부 집회 개최 예정'·'은행1동 행복주택 반대 주민추진위원회, 대책회의 개최 결과'·'신흥2동 한신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주민설명회 개최 결과'·'기타 사건 사고' 등이 적시돼 있다.
2쪽에는 '민중당 예비후보 3인, 보건의료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 중 '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에 관한 내용에는 '서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진행 중인 주민소환투표에 관한 동향이 담겼다. 문건에는 '어제 1.13(월),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를 내방하여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선관위로부터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서로 정정할 것을 요청받음'이라는 글과 함께 '모집된 공동대표는 40여명 정도로 추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서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일반 시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데, 시가 동향을 파악해 문건화한 것은 일종의 '시민 사찰' 행위라며,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현동 지역 주민들은 국토부가 지난 5월 확정·고시한 '서현공공주택지구'를 반대하며 정부 및 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이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경희 시의원은 서현동이 지역구다.
문건 유출이 논란이 되자 시는 분당경찰서 측에 유출자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동 110번지' 단체 카톡방 관계자는 "경찰 측에서 성남시로부터 유출자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협조를 구한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카톡방이 익명으로 운영돼 문건을 올려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