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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만든 '지역여론·동향' 문건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시민단체들이 진상규명·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을 들고 나온 가운데. 성남시의회 이기인 의원이 공개한 이재명 전 시장 당시 동향보고서. /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시가 내부용으로 만든 '지역여론·동향' 문건을 두고 사찰 의혹이 제기(1월 17일자 8면 보도)된 것과 관련, 지역 정치권·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문건 작성 중단·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을 들고 나와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성남시의회 새로운보수당 소속 이기인 의원은 17일 '은수미 성남시장은 이재명 전임 정부 시절부터 작성한 시민단체 동향 파악 문건들을 모두 공개하고 공무원을 동원한 편법적 사찰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성남시가, 시민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것을 문건화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사찰 행위임이 틀림없다. 은수미 시장은 지금까지 작성된 동향보고 문서를 시민들에게 즉각 공개하고 시민 사찰 의혹을 깨끗하게 털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인 시의원은 이와 함께 "문건 작성은 이재명 전임 시장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며 추가 문건을 공개한 뒤 "문건 작성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이기인 시의원은 "익명의 공무원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2013년 8, 9월경에 작성된 동향 보고 문건에 따르면 '특정 언론사의 취재 동향', '특정 시위 및 집회에 참여한 인물을 식별할 수 있는 채증 사진 및 정보' 등 누가 봐도 사찰이라고 할 만한 민감한 정보들이 담겨있고. 해당 문건의 오른쪽 상단엔 '讀後破棄(독후파기)'라고 기재되어 있다"며 "집회 현장 등에서 직접 채증한 사진까지 첨부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단순 참고용이 아닌 '지역 첩보 및 동향 수집'의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이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성남시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대중들에게 공개된 내용 외에 내부 구성원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은행1동 행복주택 반대 주민추진위원회, 대책회의 개최 결과'와 '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여론·동향 문건 논란의 본질은 문서 유출이 아니라 정보수집의 정당성 여부"라며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사찰 의혹 해소를 위해 지역 여론·동향 제목으로 만들어진 모든 문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보 수집과 작성에서 불법과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중당 소속 김미희 전 국회의원도 이날 "성남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사찰·관권 선거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미희 전 의원은 "'어떤 근거와 목적, 용도로 시민사찰 의혹이 있는 내용의 문건을 만든 것인지', '같은 양식의 지역 여론 동향 문건이 계속 작성돼 왔던 것인지', '다른 정당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활동에 관해서도 민중당 예비후보와 같이 별도로 이렇게 정리를 했던 경우가 있는지', '지방정책에 관한 것이 아닌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정책을 따로 정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진 김찬훈 예비후보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찰이 별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 시민들의 이름과 행동이 본인이 허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 등에 명시되고 행정행위나 감찰행위의 판단 거리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사찰"이라며 "성남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3자 외부 기관의 힘을 빌려서라도 명명백백하게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적당하게 덮거나 사건을 은폐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는 당연히 문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성남시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분당구 서현동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서현동 110번지'란 단체 카톡방에 '하나된 성남, 시민이 시장입니다'란 성남시 슬로건과 2020년 1월14일로 날짜가 적힌 '지역 여론·동향'이란 2쪽짜리 문건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1쪽은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한 보고 내용 목차가, 2쪽에는 '민중당 예비후보 3인, 보건의료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서사모, 박경희 시의원 주민소환 진행 동향'에 관한 내용에는 '서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서사모)이란 시민 단체가 진행 중인 주민소환투표에 관한 동향이 적시됐다. 문건에는 '어제 1. 13.(월),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를 내방하여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선관위로부터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서로 정정할 것을 요청받음'이라는 글과 함께 '모집된 공동대표는 40여명 정도로 추정'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서사모 측은 일반 시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데, 시가 동향을 파악해 문건화 한 것은 일종의 '시민 사찰' 행위라며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지난 16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자치행정과에서 작성하는 지역상황 보고서는 지역에서 발생한 현안 진행사항이 그 대상으로 고유 사무"라며 "보고서 유출에 대한 경위는 현재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상황 보고서는 지역 내 다양한 의견과 사건 사고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을 위해 작성하는 내부 참고자료"라며 "주민들의 민원, 주요행사, 사건 사고 등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파악하는 것으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면밀히 살피는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