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동 화재 관리소홀 2명 입건
남동산단·군포서 잇단 불 '공포'
전체인구 42% 고독성 공장 이웃
인천 발암물질 노출비율도 최고
도심 속에 위치한 중·소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폭탄'에 비유된다.
정부는 2015년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등을 제정했다. 화관법은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일 전면 시행됐다.
환경부가 화관법을 5년 동안 유예한 이유는 업주들에게 안전기준을 맞추도록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인데, 정작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더 이상 안전을 '유예'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관법 시행에 따른 중·소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문제점과 앞으로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지난달 12일,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났다.
근로자 5명이 중·경상을 입고,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한 소방대원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불은 작업자 2명이 인화성 화학물질을 반응기에 주입하던 중 발생했다.
불이 난 공장은 제1석유류 약 3만7천ℓ 등의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었지만 아파트 단지와 거리는 200여m밖에 되지 않았다.
이 화학물질 제조공장 안전 관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소방조사결과, 공장의 위험물 안전관리대행을 맡고 있던 안전관리원은 화재 발생 당시 안전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측은 지정 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보관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안전관리자 등 관계자 2명과 공장 법인, 안전관리 대행업체 등이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사고발생 한 달이 지나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당시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민 문진숙(66·여)씨는 "화학공장이라고 해서 산업단지 내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파트와 가까이 있어서 매우 놀랐다"며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한 도금업체에서 불이 났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군포시의 한 페인트 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군포 화재의 경우, 약 20만ℓ의 수지합성탱크가 있어 대형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관계당국이 반경 1㎞ 내 주민들의 대피를 유도하기도 했다.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인근 주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인천은 전국에서도 화학 발암물질에 노출된 '위험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노동환경연구소 등과 조사해 작성한 '발암물질 전국지도'에 따르면 인천 고독성물질 배출사업장 98곳의 반경 1마일(1.6㎞) 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전체 인구의 42%로, 2위인 대구(26.4%)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보면, 인천 동구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인구 비율이 90.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상위 5곳에는 인천 동구를 포함해 부평구와 서구 등 인천 기초자치단체가 3곳이나 포함됐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화학물질 공장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인천지역의 화학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환경부 재난합동방재센터가 여전히 시흥시에 있는 등 주민들이 불안할 만한 요인이 너무 많다"며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생각으로 화학 물질 취급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승배·배재흥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