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 시작 전 회견장 안에서는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유재석이 부르고 있는 '사랑의 재개발'이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처음 경험하는 입장에서 뜻밖의 분위기에 다소 놀라움과 함께 '왜 이 노래를 선곡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분명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노래를 통해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수한 논란과 갈등 속에 지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차분한 말투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과 대통령의 대답이 이어지면서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 방향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을 외면한 듯한 인식에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일기도 했다.
대내·외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우리 정부의 대책이 그간 얼마나 실효를 거뒀는가 하는 물음에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0.9%를 기록하며 8주 만에 5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지만 국정수행 평가에는 별다른 득이 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부흥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노후되고 불량한 주거지를 새롭게 바꾸는 재개발처럼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미진했던 정책 수행에 대해 과감한 재개발에 나서는 '경장(更張)'의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