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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染病)'은 전염병의 준말로 장티푸스의 속된 표현이다. '염병하다'를 욕설로 사용한 것은 장티푸스가 가장 끔찍한 전염병으로 우리 조상들이 이를 그만큼 혐오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에서 처음 확인된 뒤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온 전염병이었다. 사우디를 비롯 요르단·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중동 호흡기증후군'이라고도 불렸다. 낮은 전염력에도 불구하고 치사율은 40%가 넘었다. 2003년 전 세계적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치사율이 15% 정도인 점을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었다.

2015년 5월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특히 우리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사태는 급속히 악화했다. 보건당국의 정보 통제로 스마트폰과 SNS 등을 통해 메르스 괴담만 급속도로 확산됐다. 무엇보다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했다. 감염자가 거치거나 확진됐던 병원 명의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던 보건당국이 뒤늦게 24개 병원의 명단을 공개해 비난을 자초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스'는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확산하면서 대중의 두려움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무기력한 정부 대응을 비웃으며 당시 우리 사회는 인포데믹스 홍수를 이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메르스 사태는 185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217일 만에 종식됐다. 훗날 한국·WHO(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추면서 초기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전염병 '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정보통제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30억명이 이동한다는 춘절을 앞두고도 중국정부는 주변국과의 정보공유를 꺼리고 있다. 이를 보면 중국은 여전히 '죽(竹)의 장막' 국가다. 우한 폐렴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방역에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쓸데없는 정보 통제로 인한 공포감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건 정보가 왜곡될 때 나타난다'가 그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