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 이용
선거프레임·이미지 전략만 보여
이주민 인권·권익 챙기는 인물등
지역현안 풀어 갈 사람 공천해야
유권자 요구 읽히고 표심도 얻어

김정순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의 인재영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여교수를 시작으로, 가난한 청년·전직 소방관·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이어 전직 공익제보 판사, 방위산업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11번째 영입 인물 발표를 마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한 인물, 체육계에서 '미투'를 선언한 젊은 여성에 이어 최연소 기초의원 출신 등 여섯 번째 영입 인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가의 인재영입은 자신의 삶을 바꿔줄 인물이기를 바라며 기대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여·야의 인재영입을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의 바람은 읽히지 않는다.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를 이용한 선거 프레임과 이미지 전략만 보일 뿐이다. 정치적 '방향성'이나 '어젠다' 대신에 정당정치의 속내와 노림수만 보이는 탓에 거대한 쇼로 비칠까 걱정이다. 여당은 민주연구원 중심의 빅데이터로 리스트를 뽑았다는데 영입된 11명 중 6명이 30대이고 당에서 청년으로 간주하는 45세 미만이 2명이다. 정치에 훈련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시나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이들의 발언에 수년간 정치에 몸 바쳐 온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 경륜 문제 외에도 인물 자체에 대한 흠결 등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대거 젊은 층 영입으로 표심만 노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받고 있다. 인맥 중심이라는 황교안 대표는 수첩에 한 명씩 추천 인재를 적어 간다는데 1차 인재영입 이후 두 달 만에 2차 영입 발표를 했고, 나다은 대표는 3일 만에 해촉돼 선거가 장난이냐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바람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기대를 못 읽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듯, 경력단절 여성을 영입한다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수한 소방관을 모셔온다고 사회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인 자신의 전문적이고 치밀한 정치력과 합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다년간의 정치 생태계에서 훈련되고 조직을 이끌며 수행한 경륜 속에서 문제 해결 동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재영입과 인물 공천에 모두가 주목한다.

이번 총선은 유권자 연령 18세 인하와 선거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그만큼 인물 영입과 공천 관리의 엄중함이 요구된다. 젊은 인물과 스토리로 포장된 이미지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젊은 정치를 원하면 먼저 토양마련과 청년들의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또한 시대적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영입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지역 특색에 따른 현안을 풀어나갈 인물 공천이 절실해 보인다.

실례로 필자의 칼럼이 게재되는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곳곳에 다문화 가족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 따라서 이주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이 유권자의 요구일 수 있고 이는 곧 지역사회를 위한 배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갖느냐에 따라 나라가 한 발 더 전진하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를 결정한다"며 공천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 인재영입이 쇼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전진하려면 각색된 이미지와 미담 의존으로는 안된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지역 문제 해결동력이다. 유권자의 요구와 표심도 딱 그 지점인 것이다.

정치가란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열정, 사회적 헌신에 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흠결 없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영입과 공천에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유권자의 요구를 읽어야 표심도 얻을 수 있다.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공감되는 영입과 공천 경선을 기대한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