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보다 더 값진 '화이트골드세대' 등장도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사회의 중요한 자원
동등한 파트너로 교류… 협력 플랫폼 구축을
유엔과 우리나라의 연령 구분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60세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중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반적으로 퇴직을 염두에 두고 시니어로 불릴 준비를 한다. 다시 말하면 본인들의 평생 직업에서 물러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유엔의 연령 구분에 따르면 65세까지는 청년이다. 두 번째 서른, 실버세대보다 더 값진 세대로 칭하는 의미에서 화이트골드 세대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니어를 어떻게 칭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 더 이상 그들은 우리가 지원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물론 신체적인 면에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커리어 부문에서는 파트너로서 협력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예로 호주의 시니어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호주 정책은 선진적 요양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주연방정부의 요양 서비스 핵심은 그들의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전과 같은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커뮤니티 기반 케어(Community-based aged care)라 한다. 이는 일종의 홈 케어로 시니어들이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첫째, 신체적 결함에서 오는 불편한 부분들은 요양 보호사가 기본활동과 세탁, 청소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움으로써 시니어 스스로 일상생활이 유지하도록 돕는다. 둘째, 시니어들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사회적 부담을 시니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시니어들이 본인들의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여전히 사회 경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재 호주에 머물며 시니어들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체감하고 있다. 아침뉴스에서 시니어 아나운서와 리포터를 마주한다.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은 카페 주인은 백발의 80대 여성이다. 오후에 일 때문에 찾은 갤러리 관장님은 70대 두 명의 여성이었다. 70대 도예가 선생님은 젊은 강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여전히 섬머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호주도 65세 연령이 되면 연금이 차등 지급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회의 주체적 존재로서 주요 위치에서 시니어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고 있다. 평생의 경력은 존중되고 지속적으로 사회에 존중받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지혜는 사회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원동력이 된다.
한국사회를 돌아보면 시니어들의 사회적 활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경비, 청소 등 일차원적인 일로 제한되어 단순노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사회적 부담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식되기도 한다.
다양한 세대를 살아온 그들은 여러 상황을 대처할 능력이 있다. 그들의 오래된 경력은 사회의 주요자산이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접어드는 (유엔 발표 기준) 그들은 여전히 사회 중심에서 그들의 경력이 인정됨이 당연하다.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교류하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고 영위해가야 한다.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력하여 적절한 플랫폼들을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은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