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경사회와 비교해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주거형태나 식생활이 크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상다리가 위태로워 보일 만큼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집이 적지 않다. 종갓집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색은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생전 당사자조차 즐겨 먹지 않던 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뼈대 있는 종갓집들은 제사상을 최소한으로 차린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언론에 자주 소개된다. 한 종가는 제철 과일과 떡 등 5종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다.
한밤중 제사를 지내다가 조상들 드실 동안 예를 갖춘다고 한 시간씩 바깥에 나가 대기하는 등 엄격한 사례도 간혹 있다. 상에는 수십 종의 음식을 어른 허리높이까지 쌓아놓는다. 어지간한 집안은 비슷하게 흉내도 못 낼 절차와 규모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사상은 어차피 약식이다.
제사상 음식의 종류와 배치, 제사 순서 등은 어느 집안이 맞다 틀리다 할 게 아니라고 제례문화 연구가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 집안 상황에 맞춰 정성만 다하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스트레스 받고 반목해가며 차려낸 음식을 기쁘게 받아들일 조상은 없다. 그 수단이 차례상이 됐든 단순한 가족모임이 됐든, 일 년에 몇 번 후손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추모해주기만 한다면 조상들이 예의를 따질까 싶다.
여행 다녀온 사람들에게 언제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준비할 때의 설렘'을 많이 꼽는다. 명절은 정반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괴롭다고들 한다. 음식 준비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면 덜수록, 명절을 기다리는 고통은 설렘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을 운운하는 이제는 바뀌기도 해야 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