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준금리 유지불구 불확실성 여전
국제무역질서 재편·주요국간 갈등
글로벌 분업 약화·중국의 역할 변화
4차산업 경쟁·기후변화 등 큰 영향

경제·산업 장기적 전략 수립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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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
지난 17일 새해 처음으로 개최된 정책금리 결정회의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였다. 이 같은 결정은 우리 경제의 성장 추이가 지난 11월에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 그러나 정책결정 직후 배포된 발표문을 보면 미·중간 무역협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경제 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리스크 요인들은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해외경제포커스, 2020.1.3.)에서 지적된 대로 실로 다양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국제무역질서 재편 움직임의 지속과 주요국간 무역갈등의 상시화를 들 수 있다. 종래 WTO 기반의 다자무역체제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대신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RTA) 등 특정 지역 중심의 무역질서 형성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국제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국지적인 범위에서나마 무역질서가 재구축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바람직하나, 다자무역체제에 비해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쉬운 만큼 협상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국익확보도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둘째로는 글로벌 분업의 약화 및 중국의 역할 변화이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분업의 정도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밸류체인 내 중국의 역할이 종래 최종재 생산거점에서 점차 중간재 공급국가로 바뀌고, 그 대신 아세안이 최종재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중간재 수입국이 아닌 중간재 경쟁국으로 빠르게 변모함과 동시에 최종재 또는 소비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주요국간 4차산업 관련 기술경쟁의 가속화이다. 실제로 미·중간 무역갈등의 이면에 기술 헤게모니 경쟁이 도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미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앞으로도 로봇, 3D 프린팅에서 우위를 보이는 유럽, 일본까지 가세하여 기술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며, 이는 다시 주요국간 무역갈등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넷째로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가속화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은 교토의정서(1997년), 파리기후변화협정(2015년) 등을 통해 확인되어왔고, 동 움직임의 가속화는 산업, 무역, 금융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가스 배출규제(IMO 2020)가 올해부터 실시되면 LNG운반선, LNG추진선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을 통해 선박, 해운, 정유산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EU와 중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EU를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 관련 무역장벽은 앞으로 더욱 높아지고 포괄범위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도 영국의 EU 탈퇴, 홍콩사태, 미-이란간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선진국과 신흥국 할 것 없이 지난 10여년간 크게 높아진 부채 수준 등도 주요한 하방리스크들이다.

상기한 리스크 요인들은 내수 규모가 크지 않아 무역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 경제 및 인천 경제로서는 앞으로의 성장이 2019년의 부진 못지않게 힘겨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부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계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국가 자원과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즉 고급기술이 체화된 소재·부품 및 최종재와 고부가가치 서비스 등으로의 수출구조 고도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의 보다 적극적인 개척,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국가 및 지역 차원의 R&D 전략 수립과 효율적 운용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