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맞닿은 곳 수백년된 '지명'
지하철·아파트 명칭등서 사라져
주소지로만 남아 "정체성 찾아야"
"'삼미동'이란 아름다운 지명을 잃어버렸죠. 여기에 사는 사람도, 외지 사람도 이제는 서동탄이라 부릅니다."
화성시와 경계해 있는 오산시 외삼미동 일원이 이제는 '서동탄'으로 불리며 수백년을 이어온 지명과 정체성을 잃고 있다.
지난 2010년 오산시 외삼미동에 소재한 지하철 1호선 종착역 명이 지역 간 갈등 속에 '서동탄역'으로 정해진 이후 동탄의 서쪽을 의미하는 '서동탄'이란 정체 불명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산시 입장에서는 지명의 역사를 잃어가는데 따른 정체성 상실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내삼미동 공유지 개발에 따른 부수적 효과도 타 지역에 뺏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오전 10시께 오산시 외삼미동에 소재한 서동탄역. 차를 두고 서울 등지로 출근한 사람들로 주차장은 빼곡히 찼다.
화성 동탄신도시와 오산시 경계에 있는 만큼 양 지역 사람들이 모두 이용하는 역사라는 게 지역민들의 이야기다. 역사를 시작으로 남쪽 방향은 오산시 외삼미동과 내삼미동이 이어져 있다.
그러나 분명 주소지 상 오산임에도 인근에는 '서동탄'이란 상호나 지점명으로 영업을 하는 가게가 다수였다.
역에서 직선거리로만 수백m 떨어진 아파트는 아예 이름이 '서동탄역더샵파크시티'다. 이 아파트 역시 오산 외삼미동이 주소지인데 명칭에 '서동탄'을 넣었다.
서동탄역을 중심으로 한 외삼미동 자연녹지에 대한 개발 소문도 무성한데 이 역시 서동탄 개발로 시장에 알려져 있을 정도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마케팅을 할 때 '동탄'과 '서동탄역'이란 명칭이 유리하기 때문에 업계가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역사나 아파트 명칭이 정해지고 나면 주변 역시 그에 맞춰 명칭이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역사 명은 10여 년 전 역명을 정할 때 오산시는 '삼미역'을 주장했지만, 동탄 개발과 맞물려 화성시 의견이 반영돼 결정된 것"이라며 "민간에서 짓는 아파트 명칭까지 시가 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삼미(三美)'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지명이다. 정조 때 삼미면으로 기록된 바 있으며, 이후 내삼미와 외삼미로 지역이 분리됐다. 이런 역사성에도 주변 상황변화 때문에 삼미라는 명칭이 행정에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희 오산시의회 부의장은 "삼미는 역사적 가치는 물론 다양한 개발 가능성으로 오산시 미래에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고유 명칭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큰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집행부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