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면 이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온 것인지를 재는 풍향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계절에 따라 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마다 그 나름대로 특성을 정해놓았다.
동지에 북방은 광막풍(廣莫風), 입춘의 동북방은 조풍(條風), 춘분의 동방은 명서풍(明庶風), 입하의 동남방은 청명풍(청명풍), 하지의 남방은 경풍(景風), 입추의 서남방은 량풍(凉風), 추분의 서방은 창합풍(闔風), 입동의 서북방은 부주풍(不周風)이다.
동지에서 입춘 사이의 바람인 광막(廣莫)은 양기가 음기의 아득한 허공 속에서 처음으로 시작되는 기상이다. 별자리로는 허수(虛宿)와 상응한다.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막 양기가 처음 시작되기 때문에 추위를 동반한 바람이다. 회남자에서는 이때 관문과 교량을 폐쇄하고 형벌의 기간 등에 대해 결단을 내린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양력으로 2월4일이면 절기상 입춘이 되니 이때부터는 조풍(條風)이 분다. 조(條)는 안으로 들어온 생명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종시(終始) 의미가 있다. 별자리로는 기수(箕宿)와 상응한다. 기(箕)는 곡식을 까부는 키로 바람의 별이다. 팔풍의 바람이 각기 불어야 할 때 불면 그것이 바로 화풍(和風)으로 상서로운 조짐이다.
반대로 불어야 할 때가 아닌데 부는 바람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풍(風)자를 보면 벌레 충()자가 들어있다. 그래서 고인들은 겨울철에 온풍이 불면 온병(溫病)의 조짐이라 보기도 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