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미식축구(NFL)와 아이스하키(NHL), 농구(NBA), 야구(MLB)를 '4대 프로 스포츠'라 부른다. 이 중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종목은 단연 미식축구다.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터치다운을 하는 경기방식이 미국의 개척자 정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까닭이다. 게임 수가 적은 것도 NFL 인기의 또 다른 이유다. 미 프로야구가 연간 162게임, 프로 농구가 82게임인데 비해 미식축구는 1개 팀이 고작 16게임을 치른다. 그래서 입장권도 비싸고, 표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구단 가치만 봐도 미식축구팀이 단연 최고다. 지난 22일 포브스가 공개한 '2019년 가치 있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보면 NFL 댈러스 카우보이가 50억 달러로 1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38억 달러)가 7위, 뉴욕 자이언츠(33억 달러) 10위 등 26개 구단이 5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중계료도 NFL이 연간 49억5천만 달러로 MLB 15억 달러, NBA 9억5천만 달러, NHL 2억 달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슈퍼볼은 NFL 두 개 리그의 우승팀이 단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올해 결승전은 내달 2일(미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드록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대결로 펼쳐진다. 천문학적인 방송 광고 때문에 슈퍼볼이 열리는 날을 '슈퍼 선데이'라 부른다.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는 30초에 500만∼560만 달러(58억~65억 원)에 이른다. 초당 2억원. '세계 최대의 광고판'이란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올해 슈퍼볼 광고엔 20개사가 참여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 기아차와 현대차가 포함됐다.
뒤늦게 2020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대열에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볼 경기의 60초의 광고를 1천만 달러에 구매했다고 해서 화제다. 출마 선언 이후 8주 동안 벌써 2천900억 원을 광고에 쏟아 부은 그다. 60조 원 재산가인 블룸버그는 정치기부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모든 비용을 지급했다. 블룸버그 측은 광고 집행을 "단지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슈퍼볼 다음날인 2월 3일 첫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때문이다.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도 슈퍼볼 60초 광고를 구매하며 '돈 자랑'을 했다. 바야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