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이사회 반대 외면
IT벤처 10억엔 투자 '실패'
신동빈, 중국사업 적자에
해명불구 '격노' 접근 차단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롯데그룹도 국내 재벌승계의 고질병인 '형제의 난'을 피하지 못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2013년 12월 소공동 호텔롯데 집무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게 발단이었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1살 아래인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의 경영권 갈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2014년 12월말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은 물론 일본 롯데 계열사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면서부터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96년부터 장남 신동주 회장에게는 일본 롯데그룹을, 신동빈 회장에게는 한국 롯데그룹을 각각 경영케 해서 그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후계자 경쟁을 시켰다.
>> 크게 화 난 신격호
롯데그룹은 "신동주 회장이 일본롯데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개인적 친분 있는 인사가 대표인 IT서비스 개발 벤처회사에 이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를 했고 이사회가 정했던 투자금액의 상한선도 어겼다. 10억엔을 투자했으나 성과가 없어 감사까지 했으며 총괄회장에 보고했다. 신동주 회장은 개인판단으로 수차례 투자를 꾀하다 이사회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동주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내가 IT회사에 투자한 일을 아버지에게 이상하게 보고하면서 오해가 생겼다. 아버지가 바로 와서 설명하라고 했는데 내가 일 때문에 바로 가지 못하자 화가 나셨다. 오랫동안 아버지를 설득해서 오해를 풀었다. 그래서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지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는 중국 사업에서 무려 1조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첩보를 접수했다.
2014년 해외매출 11조원의 30%를 중국의 롯데백화점 5곳과 롯데마트 120곳에서 올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015년 7월초에 신동빈 회장을 불러 "왜 중국 사업 적자보고를 안 했느냐. 왜 그렇게 많은 적자를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금까지 중국 사업에 대해 계속 보고를 드렸고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나는 보고를 들은 적 없다"며 크게 화를 냈다.
이후부터 신동빈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총괄회장 집무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 장학재단 운영 의혹
중국 사업 적자 사실은 신동주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부친에게 여러 차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에 신격호 총괄회장과 롯데 계열사가 재산을 출연해서 만든 공익재단으로 롯데 계열사의 주식과 현금 등 1천662억원으로 장학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핵심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 롯데그룹이 장학재단을 '미니 지주사'처럼 운영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015년 7월 15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및 부회장으로 선출함은 물론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주재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또다시 격분했다.
같은 달 18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이사 해임을 지시했지만 신동빈 회장 측에서 이를 무시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은 "내가 직접 가서 말하겠다"며 신동주 회장과 신영자 이사장 등 남매를 대동하고 일본에 건너가서 2015년 7월27일 신동빈의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해임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