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어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전인대 직후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주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당시 인민일보가 보도한 시진핑 총서기의 '금구(金句)', 즉 시 주석의 '금쪽 같은 어록' 중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중국 사회주의라는 큰 건물에서 당은 전체 뼈대이고 당 중앙은 대들보다." 전인대 폐막식에서는 시 주석을 "국가의 조타수"라는 찬양도 나왔다. 마오쩌둥을 지칭하는 별칭이었던 '국가의 조타수'는 개인숭배 금지와 함께 사라졌던 용어다.
하지만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출범을 선포한 '국가의 조타수' 시진핑의 행보는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은 작심하고 무역전쟁을 선포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의 금과옥조인 '하나의 중국' 정책은 홍콩 시민들의 봉기로 '송환법'을 포기하는 좌절을 맛봤다. 홍콩 시위에 자극받은 대만에선 인기가 급락했던 반중파 차잉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설상가상인가. 후베이성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2003년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의 감염정보를 은폐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중국은 이번에도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상황을 축소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우한시를 봉쇄한 건 50일 가까이 지난 1월 23일이었다. 우한 시민 500만명이 중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탈출한 뒤였다.
70여개 국가들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세계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칼럼을 주목할 만 하다. "시 주석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시 주석의 명령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중국 방역행정을 꼬집었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를 "악마"로 지칭하며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관료들은 사후 책임을 우려해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중국내 감염은 멈출 기미가 안보인다. 국가의 조타수 시진핑이 신종 코로나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