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사망자도 400명을 넘었다. 이렇게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팬데믹(pandemic)이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1단계부터 6단계로 나누었는데 이중 최종 6단계를 말한다.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ic'의 합성어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은 1346년에 유럽 동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353년까지 유럽 전역에 급격하게 확산하며 유럽 인구 30%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처음엔 죽어가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마침내 원인을 알았을 때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2천만~5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100만명이 사망한 아시아 독감, 1968년 80만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도 팬데믹이다. 하지만 WHO가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2009년 6월 인플루엔자 A(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했을 때 딱 한 번뿐이었다.
최근 넷플릭스가 '팬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6부작을 방영하면서 '팬데믹'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22일 첫 방영이 공교롭게 중국발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SNS를 중심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 방영한 넷플릭스의 기획력이 놀랍지만, 넷플릭스 측은 "최근 감염병 사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펄쩍 뛴다.
이 다큐멘터리는 치명적인 감염병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힘겨운 전쟁을 벌이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신종 바이러스의 주요 발병지역으로 중국을, 감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박쥐를 지목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재래식 축산업이 인간의 생명 위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축의 공장식 집단 사육과 불결한 도축과정이 '팬데믹'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남아있는 중국과 아프리카에서 각각 코로나바이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것은 그래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