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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붕대 감기' 표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페미니즘을 둘러싼 담론은 계속되고 있다. 온갖 프레임으로 뒤섞인 논쟁의 장 한 가운데서, 윤이형의 '붕대 감기'는 그 모든 페미니즘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소설에는 각기 다른 세대와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또는 언니이자 동생으로 서로의 삶에 가까이 맞닿아 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은정, 불법촬영 피해자인 미진, 그로인해 집회에 나서게 된 지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살아가는 윤슬 등. 작품에서 여성들은 각자의 삶을 짊어진 채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프리랜서 출판사 기획자인 세연과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진경의 삶은 가장 전면적으로 다뤄진다. 과거 교련시간, 서로의 머리에 붕대를 감아주는 연습을 하다가 세연은 실수로 진경의 머리에 붕대를 한 번 더 감아 당기고 진경은 비명을 지른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그 때의 일을 회상한다.

각자의 세상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동안 오해는 더욱 깊어지기 마련이다. SNS에 올라오는 상대방의 글이 다르게 느껴질 때, 서로가 서로에게 반응하지 않을 때, 관계는 줄타기를 하는 것 처럼 아슬아슬하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 '다름'이 곧 틀린 것은 아니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작가는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성들 간의 갈등과 대립,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열과 혼란 등을 다루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의 연대를 꿈꾼다"고 평가했다.

작품 말미, 진경과 세연이 서로의 입장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은 여성의 연대가 어떻게 견고해지는지 보여준다. 너무도 다르고 달라서 어렵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관계. 때문에 각자의 길에서 함께 앞을 보며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곧 우정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기혼과 미혼 등 여성을 둘러싼 프레임에 선을 긋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여성의 삶을 조명할 뿐이다. 작가는 그 중 어떤 것이 페미니즘인지 정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말한다.

윤이형은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멀어진 옛 친구들과, 지금 나를 견뎌주는 몇 안 되는 보석 같은 사람들과, 한없이 미워했던 게 이제는 너무나 미안한 나 자신을 떠올리며 썼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미숙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불안한 미래로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있다. 여전히 다른 좌표 위에서 놓여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손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우리는 또 다시 성장할 수 있다.

/유송희기자 y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