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금지·여행제한 놓고 우왕좌왕
반도체·자동차 생산차질… 자영업자 '허덕'
'최악' 우려로 그칠 충분한 밑천있길 바랄뿐

친구의 해석을 재해석하자면 그동안 부패하고 무능하고 부조리한 기득권의 악역 전담배우였던 보수에게 진보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득권 대 개혁세력'의 이항대립은 가능해도, 이를 '보수 대 진보'의 이항대립으로 치환하는 '드라마 프로파간다'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이제 진보도 혐오의 대상인 기득권이라는 결론이다. 친구는 검사내전의 진영지청장에게서 "살아있는 권력을 봤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취임 1천일을 맞아 국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 또 일이었다"고 과로의 고통을 고백한 뒤 "지금은 신종 코로나라는 제일 큰 일이 앞에 놓여있다"고 현안을 걱정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들이 계셨다"며 "취임 1천일을 맞아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참 미안한 얘기지만 '끊임없는 일들을 함께 감당해 준 국민'에 기꺼이 포함되길 바라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거부하는 국민도 있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향해 영혼을 바치는 세력과 대통령에게 분노한 세력이 양분된 극단적 정치지형에서, 국민 전체를 향한 대통령의 감사 표시는 절반의 냉소에 씻겨나갔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던 대통령이 양분된 정치 지형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상황은 참담하다. 보수적 국민도 결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온한 정국의 시발은 아무래도 조국 사태였다. 조국은 법무부 장관 내정상태에서 검찰 수사대상이 되자 대통령의 분신으로 검찰과 맞섰다. 그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중을 조국기 부대로 사병화했다. 파렴치한 범죄혐의를 검찰개혁으로 덮었다. 그 반작용으로 광화문 반문 군중집회가 시작됐다. 아내 정경심 변호인단은 급기야 '논두렁 시계식 망신주기'라며 그녀의 잡스러운 범죄혐의를 노무현의 시련으로 격상시키기에 이르렀다. 찬조출연도 이어졌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최강욱은 검찰에 기소당하자 "기소 쿠데타"라며 대통령 수준으로 진노했다. 청와대 전 대변인 김의겸은 흑석동 부동산 매매차익에서 80만원을 더 기부했다며 총선 출마 허용을 간청했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조국과의 동병상련을 강조했지만, 조국기 부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들이 국민 절반을 대통령으로부터 뺏어갔다. 대통령은 이들의 위선을 방치했다. 그 결과 '한 줌의 위선'이 '진보의 위선'으로 확장됐고 '정권의 위선'으로 고착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정권의 품격이 아니라 정권의 능력이 검증대에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신호탄이다. 중국인 입국금지, 중국 여행제한을 놓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마스크 공장 연장근로를 허용하자 노조가 반발한다. 신종 코로나는 바이러스로만 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밖에서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한국은 만만하다. 북한은 타의적인 경제봉쇄와 자발적인 코로나봉쇄로 궁핍이 극에 달한 상태다. 연초로 예고된 무력시위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중국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자영업자들의 가게들은 손님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살려면 이 모든 일이 우려에 그쳐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발 퍼펙트 스톰이 덮치면 정권의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 정권이, 여당이 충분한 밑천을 가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