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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이 순환돼 인공적인 관리가 필요 없는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습지.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제공

"람사르습지가 상황 봐서 덕지덕지 꿰맞추면 되는 겁니까?"

환경부가 고양 장항습지의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부 지역만 먼저 등록했다가는 정작 보전가치가 높은 한강하구 나머지 습지들의 등록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환경부와 협회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고양시가 찬성 의견을 제출함에 따라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면적 7.49㎢, 길이 7.6㎞ 규모로 수변공간을 제외한 약 60% 면적이 버드나무 군락이다. 이에 대해 윤순영 협회 이사장은 "버드나무 군락은 육지화의 증표로, 해마다 이 때문에 예산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항습지가 습지의 면모를 잃어간다는 의미다.

반면에 같은 한강하구의 강화 철산리습지, 김포 시암리습지, 파주 산남습지는 관리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없이 자연 그대로의 우수한 생태환경이 순환된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이들 3개 습지(주변 습지 포함)의 총 면적은 53.178㎢에 달한다.

협회가 장항습지의 등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윤 이사장은 "장항습지만 등록한 이후 나머지 지역별로 다시 등록을 추진한다면 '한강하구에 이미 람사르습지가 있는데 왜 또 등록하느냐'는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람사르습지 하나 급하게 늘리기보다는, 등록에 부정적인 지역의 인식을 개선하는 게 환경부의 우선 과제로 강화군과 고양·파주·김포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공감대를 조성한 뒤 한강하구 전체 등록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윤 이사장은 끝으로 "한강하구는 국내 유일의 자연 하구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도래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장기적으로는 DMZ와 연계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