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방대·업무 복잡 '관리 불가능'
결국 경영자들의 역할 변화 요구
중앙 집중 아닌 권력 분산만이 살길
통제보다 스스로 몰입 환경 제공
과감한 자율경영으로 재도약 준비


경제전망대 이세광2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새해를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뒤숭숭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거의 모든 집회나 교육이 취소되거나 4월 이후로 연기되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도 휴원을 결정하고 있다. 치료약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적나라하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 최선의 대처 방법이라지만, 사실은 인간 자체의 건강한 신체적 면역력이 최고의 예방이며 설사 감염돼도 쉽게 치유가 된다는 의료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한 육체를 만들어 자신감을 갖기 위함이다. '건강한 육체 속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매우 지혜로운 격언이다.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활력 있는 생활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몸에서 불필요한 군살을 빼내고 젊고 탄력 있는 근육을 만들어 반듯한 외모와 함께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몸이 건강하면 사고방식도 건전하고 긍정적이며 매사에 적극적이다. 아울러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가볍게 이겨낼 수 있는 면역이 생겨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늘 올바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신생기업의 창업정신과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비대해지면 관료주의와 낭비, 비능률이 만연하는 대기업병에 걸린다. 조직구성원들의 직장생활이 안정되어야 활력 있는 경영활동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건강하고 의욕이 넘쳐야 회사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직원이 쾌적하고 안정된 근무환경에서 문화와 여유를 누리고, 질병과 노후,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이 없고, 성취의 기회가 열려 있어야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경영활동이 가능하다.

세계가 열광하는 BTS는 우리 한국의 아이돌이다. 영국 웸블리구장에 6만여 명의 아미가 모여 한국말로 떼창을 한다. 관료주의와 계급과 명령, 통제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는 BTS는 우리 곁에 없을 것이다. 자율경영조직은 사람의 신체와 같다. 뜨거운 물건을 만졌을 때 뇌에 물어보고 손을 떼지는 않는다. 말초에서 스스로의 순간적 판단으로 손을 떼고 뇌는 나중에 알아챈다. 중앙으로의 집중이 아닌 권력의 분산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인간생활의 근간이 된 지금의 현상은 절대 되돌아가지 않는다. 새로운 인류문명의 표준이 바뀐 것이다. 비즈니스의 근간은 디지털 플랫폼이고 이것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은 자율경영조직이다. 따라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의 특징은 '신뢰'이며 그 신뢰는 믿음과 존중 그리고 공정성이다. 신뢰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는 접점은 역시 일선의 관리자 즉, 팀장이다. 구성원들의 조직 충성도와 이직률에 팀장이 72%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는 포노 사피엔스로 대변되는 젊은 그대들, 밀레니얼세대가 만든다. 어떻게 이들이 조직에 남아 열정을 쏟아붓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바로 신뢰의 축적이다. LP판과 CD로 음악을 즐기는 층은 음악 마니아일 뿐이다. 요즘 세대는 스트리밍으로 내 폰에 다운로드해 마음대로 선곡하여 어디서나 즐긴다. 은행업무의 70%가 온라인이다. 주변의 은행 지점을 찾기가 어렵다. 아마존의 온라인 약업회사는 의사의 처방전을 키오스크에 넣으면 약이 조제되어 나온다. 원격진료로 언제 어디서나 전천후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택시가 없는 택시회사, 호텔이 없는 숙박업 회사,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불법이다. 비즈니스의 근간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걸 가장 잘할 수 있는 세대는 밀레니얼세대이며 조직 내에서 그들에게 과감한 권한의 이양과 동기부여로 능력을 신장할 수 있게 하는 '임파워먼트'가 해법이다. 조직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지면 관리자가 샅샅이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경영자나 관리자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기업, 정부 모두 중앙으로의 집중이 아닌 권력의 분산만이 살길이다. 구성원들이 일일이 통제받아 움직이기보다는 자기 일에 몰입하여 스스로 무언가를 자꾸 하려고 해야만 그 조직은 발전한다. 과감한 권한 이양으로 자율주행차 같은 자율경영조직으로 또다시 놀라운 도약을 준비하자. 잔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