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31%·양파12%↓ '풍년 역설'
신종 코로나 확산에 '이중고' 겪어
'장사포기' 문 닫은 가게 보이기도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랑 채솟값 폭락 때문에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것 같네요."

5일 정오께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시농수산물도매시장은 값싼 채소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요식업 종사자, 주부 등으로 북적거리던 평소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난로에 모여 추위를 이겨내던 상인들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싸게 드릴게요. 오늘 물건이 좋습니다"라며 호객 행위에 나섰지만 대부분은 이를 외면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장 밖과 안에는 성인 남성 키만큼 대파, 무, 양파 등이 곳곳에 쌓여 있었고 상인들은 팔리지 않는 채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입김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오산시에 있는 전통시장인 오색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치킨, 회, 국밥, 족발 등 각종 먹거리로 유명한 오색시장은 오산시의 명물 전통시장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장 내에서도 맛집으로 소문 난 한 국밥집에도 손님이 3팀밖에 되지 않았다. 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자 인근에는 장사를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눈에 들어왔다.

한 음식점 사장은 "주말만큼은 아니지만 평일에도 손님이 꾸준히 있었는데 근래에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손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코로나 확산과 함께 '풍년의 역설'로 인한 채솟값 폭락이 겹치면서 시장 상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5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파(1㎏)의 도매가격은 1천500원으로 평년 2천188원보다 31.4% 하락했다. 또 양파(-12.0%), 미나리(-22.9%), 깻잎(-16.3%), 깐마늘(-24.9) 등 전체적인 채솟값도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채소 재배 시기에 기온이 평온했던 탓에 생산이 급증,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이만큼 손님이 줄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모든 시민이 인파가 몰리는 곳을 꺼리고 있다"며 "채솟값 하락으로 예전보다 많은 물량을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손님이 계속해 줄고 있어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