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모습 온데간데 없네"
지역환경단체가 최근 섬 소유주인 (주)선도공영 측이 산지전용 허가, 개발행위 허가 없이 훼손한 선갑도 내 주상절리 일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경관 수려·희귀종 서식 생태 가치
선도공영, 산지전용 허가없이 부숴
옹진군 '산지관리법 위반' 등 고발
환경단체 "경관보전지역 지정을"


빼어난 자연경관, 희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를 가진 선갑도가 섬 소유주의 불법 훼손으로 제모습을 잃고 있다.

선갑도는 국내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면적은 3.93㎢로 여의도의 1.4배 정도에 이른다.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고, 국내 대부분의 주상절리와 달리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응회암으로 주상절리가 이뤄져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정한 한반도 희귀식물 여러 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환경단체는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섬 소유주의 추가적인 개발 행위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생태 조사 등을 통한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일 오전 11시께 황해섬네트워크,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찾은 훼손된 선갑도 주상절리는 섬 외곽에서 바라본 다른 곳의 주상절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갑도의 주상절리는 단면의 형태가 4~6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데 반해 훼손된 곳은 산을 수직으로 반듯하게 깎아 놓아 흉물이 됐다. 주변에는 절벽에서 떨어져 나간 듯한 크고 작은 응회암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최근 섬 소유주인 (주)선도공영 측이 산지전용 허가,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고 선갑도 내 주상절리 일부를 깎아 냈다. 이를 확인한 옹진군은 산지관리법 위반 등으로 섬 소유주 측을 고발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선도공영의 추가적인 개발 행위로 선갑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선도공영은 옹진군에 지난 2015년 2월부터 채석단지 조성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필요한 지반조사를 이유로 선갑도 내 1만2천여㎡ 부지에 대한 산지 일시사용신고를 하고 연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반조사를 위한 작업로 확보, 시추 시설물 설치 등을 위해서다.

황해섬네트워크와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섬 소유주의 개발 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고 선갑도 보존 가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인천시가 선갑도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더 나아가 선갑도를 재매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대표는 "주상절리 불법 훼손의 전례가 있는 만큼 옹진군은 선도공영의 산지 일시사용신고 연장 신청을 수리하지 말고 사용 부지 외에 훼손된 곳은 없는지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인천시 등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선갑도를 보존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생태계 모니터링, 용역 등을 통해 선갑도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한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지정이 가능하다면 섬 소유주를 설득해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